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다정

ㄹ



- 성명진

문이 열려 있었는지 부엌 안으로


박새 하나가 부리나케 들어왔다

다음 날에 또 들어와 숨을 할딱였다

할매는 눈길도 주지 않고

한 입 소리도 내지 않고


저번 때처럼 부러 문을 열어 둔 채 부엌을 나갔다

관련기사



가난한 부엌 살림살이가 밖에 비쳐나는 동안

낮 끼니가 가만히 들고 났다

그날 오후 늦은 녘에 새는 또 왔다

짐짓 모르는 척해 주는 할매가 미더워

그 슬하에 참아 왔던 알을 낳았다

어쩌다 열어둔 부엌으로 주린 가객이 들어오셨군요. 남의 부엌 기웃거리기엔 어울리지 않게 잘 차려입었죠. 동백기름 바른 듯 올백으로 넘긴 검은 머리, 분 바른 듯 흰 뺨, 아랫배까지 길게 맨 검정 넥타이가 특징이죠. 얼마나 힘든 겨울이었으면 공연 수입이 끊어진 걸까요. 시골 텃새지만 도심 공원까지 버스킹하는 걸 봤는데요. 그 할매 속 살아오신 내력만큼 깊군요. 생색내지 않고 거둔 탓에 명창 손주 오남매를 보게 되었군요. 세상 사람들에게 박새 노랫소리 한 말가웃쯤 유산으로 남기겠군요. 박새 식구들은 또 봄부터 여름까지 할머니 텃밭에 벌레 잡아주겠군요.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