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재계 호소에도…'일감몰아주기' 강행한 공정위

심사지침 제3자까지 대상 확대

"상위법령보다 더 강한 규제"

“상위법령보다 더 강력한 규제”라는 재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심사지침을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행정예고 이후 수 차례의 간담회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음에도 ‘대기업이 제3자를 매개로 간접적으로 총수일가 지분이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도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조항은 그대로 담겼다.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제공 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법·불법 지원을 막기 위해 2016년 제정된 가이드라인을 예규 형태의 심사지침으로 신설한 것이다. 이번 지침은 ‘특수관계인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 규모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을 귀속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정거래법 제23조 2의 하위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재계는 상위법령보다 더 강한 규제가 심사지침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규제 대상을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대기업) △특수관계인(총수 일가) △특수관계인 지분 보유 계열사로 한정하고 있는데 심사지침은 제3자까지 규제 대상을 확대했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하고 이 제3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간접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 등도 모두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하위 법령인 심사지침이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업계 간담회와 의견 건의에도 불구하고 바뀐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지침을 통해 법 적용 요건을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며 “신설된 지침에 담긴 내용에 준해서 기존에도 법 집행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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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의 부당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법원 판례를 기반으로 추후에 반영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2017년 9월 일감 몰아주기 과징금을 둘러싼 공정위와 한진그룹의 법정 다툼에서 한진의 손을 들어주며 ‘경제력 집중의 맥락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부당성을 판단해야 하며 그 부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공정위에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부당성이라는 용어의 정의에 대해선 학계나 전문가의 의견이 분분한 만큼 관련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추가 논의를 거쳐 지침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또 이번에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예외 사유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등의 사유를 보다 구체화했으나 천재지변이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실제로 적용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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