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면세점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서도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입찰에 주요 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 사업자들이 모두 뛰어들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이 약 40% 감소한 상황. 게다가 대기업 면세점은 임대료가 비싸 무조건 적자가 예상되지만 규모의 경제, 해외진출 발판 등의 의미가 커 빠질 수 없다는 게 입찰 참가 기업들의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6일 이날 제1터미널 출국장의 8개 사업권(대기업 5개+중소·중견 3개) 면세점 입찰 참가 신청서를 접수 받았다. 8개 사업권의 면적은 1만1,645㎡로 50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입찰 대상 구역은 대기업 영역인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식품), DF4(주류·담배), DF6(패션·기타), DF7(패션·기타)과 중소·중견 영역인 DF8(전 품목), DF9(전 품목), DF10(주류·담배·식품) 등이다. 현재 DF2·DF4·DF4 구역은 신라면세점이, DF3은 롯세면세점이, DF7은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 DF8·DF9·DF10으로 이름이 바뀐 DF9·DF10·DF12는 SM면세점·시티면세점·엔타스듀티프리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영역 입찰에는 대기업 계열 면세점 사업자 4곳이 모두 입찰 서류를 냈다. 이미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신라·신세계 등 이른바 ‘빅3’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새롭게 출사표를 던졌다. 중소·중견기업 영역에서도 기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자인 SM면세점, 시티면세점, 엔타스듀티프리, 그랜드 면세점이 응찰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면에서 세계 1위다. 때문에 인천공항은 사업자에게 막대한 임대료를 요구한다. 이번 입찰에서도 DF2의 경우 1,258㎡ (약 380평)면적에 연간 최소 임대료가 1,161억원이다. 여기에 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보다 높은 임대료를 경쟁적으로 제시하다 보면 낙찰을 받아도 적자가 불가피한 구조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장기화할 경우 면세점 이용객 급감 현상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적자는 부담스럽지만 안 할 수 없는 곳이 인천공항”이라고 입을 모은다. 워낙 판매 규모가 커 이 곳에서 장사를 하면 규모의 경제와 바잉 파워를 일거에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입찰은 과거와는 달리 ‘5년+5년’ 방식인 것도 장점이다. 낙찰받은 후 5년을 운영해 평가 기준점을 통과하면 5년을 더 할 수 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업력(業歷)을 쌓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면세점 입찰에서 인천공항 경험을 가진 롯데와 신라가 참여할 경우 인천 경험이 없는 업체는 지원도 하지 않는 게 낫다”면서 “임원 뽑는데 과장급이 이력서를 낸 꼴이기 때문”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입찰전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업체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두산이 포기한 서울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산을 인수해 최근 시내 면세점 두 곳(무역센터·동대문) 체제를 열었다. 면세점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에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으로부터 2,000억원을 증자받아 자금까지 확보한 터라 인천공항 입찰전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합리적으로 판단해 신중히 접근한다는 원칙”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빅3가 장악하고 있는 인천공항에 한 자리를 차지해야만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중견면세점의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DF8의 경우 930㎡(약 281평) 면적에 최소 임대료가 222억원이다.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응찰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임대료를 제시하기에 최종 임대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중소·중견면세점도 운영 효율이 나오질 않는 구조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입찰에 참가한 기업들은 조만간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 이후 3월 중 인천공항공사가 우선협상사업자를 선택하면 관세청이 4월 중 심사를 통해 특허를 내주며 영업은 9월부터다.
/맹준호·박민주·허세민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