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코로나 확산땐 모든 조치"...韓 입국제한 배제 못해

주가 폭락 등에 기자회견 자청

"감염통제 잘 해결될 것" 강조

공포감 확산 선제 차단 의도

習도 방역·경기 낙관 자화자찬

흔들리는 권위 방어에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대처 현황을 담은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대처 현황을 담은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DC=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에 대한 입국제한에 대해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만 “적절한 때에 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입국금지 조치가 시행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 입국제한 조치를 걱정했던 한국으로서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를 놓고 있는 만큼 결국 한국에 대한 입국제한과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국 시 많은 사람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우선 사태 진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국무부는 우리나라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강화된 주의)에서 3단계(여행 재고)로 높였다. 4단계는 여행금지다.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입국금지를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2단계, 중국과 이란은 4단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의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한 뒤 정부의 노력을 적극 부각했다. 그는 미국은 코로나19의 위협에 준비돼 있다며 “우리는 세계 최고의 사람들을 갖고 있다. 매우 잘 통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감염 확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에는 “불가피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작은 규모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발병 국가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들이 걸러지고 있다면서 “우리는 감염된 사람과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을 격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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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회견은 갑작스럽게 준비됐는데 이는 지난 25~26일 그의 인도 방문기간에 뉴욕증시가 폭락하고 코로나19가 미국에서도 유행병처럼 확산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커진 영향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현지에서는 주가 폭락이 오는 11월 재선 도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문제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호언장담에도 미국 조야의 시선은 곱지 않다. 회견장에 있던 질병관리예방센터(CDC)의 앤 슈챗 박사는 “우리의 공격적 억제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더 많은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몇달간의 궤적은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행여 자신의 리더십이 손상될까 염려하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 관영 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재 전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호전되고 경제사회 발전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베이성과 우한의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고 험준하며 다른 지역의 감염이 다시 늘어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최근 한국 등 해외로부터의 코로나19 역유입을 핑계로 이동을 막무가내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중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26일 하루 동안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33명, 신규 사망자는 29명으로 확산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져 17일 처음 언급된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연기에 관해서도 새로운 날짜 지정은 10여일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정책과 시진핑의 권위에 비판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잇따라 폐쇄하는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사회 외교가에서는 사태 초기 모습을 보이지 않아 “리커창 총리 뒤에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시 주석이 최근 공식석상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중국의 방역능력을 부각하는 것은 리더십 손상을 막기 위한 정치적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김영필특파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susopa@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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