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오는 3월 초로 예정된 연합훈련을 연기한다고 27일 확정 발표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것이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과 리 피터스 한미연합사 미국 측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공동발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함에 따라 기존에 계획했던 한미연합사령부의 전반기 연합지휘소 훈련을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참과 연합사는 “한미동맹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철통같이 공고하며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결정을 가볍게 내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연기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서로간의 입장차를 조금씩 드러냈다. 김 실장과 피터스 실장에 따르면 연합훈련 연기를 먼저 제안한 측은 한국. 박한기 합참의장이 코로나19 확산 차단 노력과 한미 장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한미군 측은 이에 대해 당초 ‘이미 훈련을 위해 한국에 들여온 장비도 있다’며 축소된 형식으로 훈련을 강행하자는 입장을 보였으나 지난 26일 경북 칠곡에서 주한미군 병사(23세) 한 명이 확진 판결을 받은 뒤 합참의 견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한미군 일각에서도 훈련 자체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은 흘러나왔었다. 주한미군 측은 다수의 한국군 장병과 밀폐된 벙커에서 낮과 밤을 함께 근무해야 하는 지휘소 훈련이 감염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의 경우 군 자체의 기준에 따라 격리 중인 병력이 1만여명을 넘어섰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절대 인원이 격리돼 평시 경계 근무도 지장받는 가운데 연합훈련 실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합참과 주한미군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훈련을 연기한다고 공동 발표했으나 사실상 전반기 훈련을 취소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장담할 수 없고 하반기 훈련일정을 감안하면 전반기에 연기된 지휘소 훈련 시기를 잡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 안팎에서는 연합훈련 연기가 전술기량 연마와 선진기법 경험 등의 기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나 미국을 방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미 국방대학원 연설을 통해 “연합방위태세가 확고하게 유지되고 있어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훈련 성과를 달성할 수 있어 대비태세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의 재개를 위해 한미 양국이 코로나19를 명분 삼아 연기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순수하게 감염 확산 방지 차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한미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연기해 그해 4월에 실시했었다. 2017년 3월 초에 시행된 키리졸브·독수리연습이 2018년에는 4월로 미뤄진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림픽 기간에는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훈련이 비정치적·비군사적 요인에 따라 연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