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과학기술(理工)이 공공에 이바지(利公)하는 ‘이공이공(理工利公)’의 원년으로 삼기 위해 그에 걸맞은 대대적인 혁신을 추구하겠습니다.”
이우일(65·사진) 신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취임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경제와 전화인터뷰를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중장기적 국가발전 모색을 위한 ‘사이언스 오블리주’를 다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신임 회장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명예교수로 서울공대 학장·부총장을 역임했다.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상임대표, 과총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국제복합재료학회장에 선출됐다.
이 회장은 우선 ‘이공이공’이라는 화두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표현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사이언스 오블리주와 연결해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민 삶의 질 개선과 국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가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16년간 제2차 포에니 전쟁을 치를 때 최고 지도자인 콘술(집정관) 13명이 전사한 것에 대해 “로마제국 2,000년 역사를 지탱해준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고 표현했다. 과학기술계도 나라에서 혜택을 많이 보고 지도층의 한 축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과총이 과학기술 혁신의 촉진자이자 국민과 과학기술계를 잇는 가교가 되도록 하겠다”며 “국민과 함께 세계로 나아가는 열린 과학기술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감염병, 환경 문제, 자연재난 등 안전과 삶을 위협하는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방역은 철저하게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과학에 기반해 합리적인 의견을 결집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과기계의 맏형이자 대변자로 거듭나기 위해 혁신 생태계 활성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학문·분야·세대 간 흩어진 혁신주체들의 소통·협력을 촉진해 역량을 한데 모으겠다”며 과총을 집단지성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과학기술 각 분야의 소통협의회를 활성화해 현안은 물론 국가정책 방향까지 활발하게 논의하고 600여 회원단체 간 연계를 강화해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사업을 늘릴 방침이다. 대중 친화적 과학기술 콘텐츠를 개발하고 유튜브 등도 적극 활용하며 자문기구와 사무처 조직도 정비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원로의 경륜·리더십과 어우러지는 청년세대의 도전정신이 절실하다”며 ‘젊은 과총’으로의 과감한 변신을 힘줘 말했다. 40대 중심의 미래세대위원회(가칭)를 발족해 직접 사업을 기획·운영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앞으로 임기 3년을 15명의 부회장과 함께한다. 이들 중 새로 뽑힌 부회장은 국양 DGIST 총장, 금종해 고등과학원 교수, 이용훈 UNIST 총장, 황성우 삼성전자종합기술원장, 김복철 지질자원연구원장, 김이환 UST 총장,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 이미혜 화학연구원장, 이영 테르텐 대표 등 14명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