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두달 연속 상승했다. 반도체 공장 가동 차질 우려로 D램 공급 부족 가능성이 제기되며 가격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시장조사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 대비 1.41% 상승한 2.88달러를 기록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향후 D램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 때문에 PC제조 업체들이 재고를 늘린 것으로 파악 된다”며 “한국 내 코로나 19 확산으로 각 업체들은 한국 공급사들의 공장 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D램 1개당 가격은 지난 2018년 12월 7.25달러를 기록한 후 13개월간 줄곧 하락했지만 올들어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코로나 19 영향으로 PC용 D램 현물가격이 이달 4일(3.48달러)을 기점으로 20여일 동안 줄곧 하락하는 등 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고정거래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지난 24일부터 현물가격이 다시금 상승한데다 현물가가 고정거래가 대비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이들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D램 가격 오름세에도 반도체 경기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달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2.88달러)은 2018년 9월의 고점인 8.19달러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D램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모바일 시장과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버용 D램 시장 등도 보다 가파른 회복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확산 여부에 따라 D램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코로나19로 올 1·4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20% 줄고 2·4분기에는 1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수요처다. 또 아마존과 함께 세계 최대 클라우드 사업자로 손꼽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실적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서버용 D램 시장도 다소간 타격이 예상된다.
올해 실적 반등을 노리던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입장에서는 뜻하지 않은 악재에 울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14조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도체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 44조5,70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1년 사이 3분의1 수준으로 급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년 대비 87% 줄어든 2조7,1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2년 2,2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7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라도 D램 시장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3.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 중이며 이어 SK하이닉스(29.2%), 마이크론(22.3%) 순이다. 시장조사기관 욜 디벨롭먼트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010억 달러에서 지난해 740억 달러로 크게 줄어든 후 올해 870억 달러(약 106조원)로 다시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당 전망치는 코로나19 발생 전에 공개됐다는 점에서 이 보다 시장 규모가 줄 가능성도 높다. D램 시장의 72.7%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로서는 D램 가격 추이에 한 해 영업이익의 ‘숫자 단위’가 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이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 등에 대한 대비로 클라우드 투자에 보다 힘을 줄 것으로 분석돼 서버용 D램 시장 자체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공개된 서버용 D램(DDR4 32GB) 2월 고정거래가는 전달 대비 6% 상승한 115.54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출하량 기준 D램 시장 성장률을 10% 중반대로, SK하이닉스는 20% 초반대로 각각 예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