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과 칸트는 먹는 행위를 깊게 생각하는 것은 권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여겼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식탐은 죄라고 말했다. 반면 피터 싱어는 모든 생명체에게 이로운 식생활을 고민했다. 프랑스의 석학 이브 미쇼는 먹는 것의 즐거움과 황홀함은 명백한 탐구의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식사’와 ‘철학’, 접점이 크지 않을 것 같은 두 주제의 만남이 신간 ‘철학자의 식탁’에서 맛있게 펼쳐진다. 저자 노르망 바야르종 몬트리올 퀘벡대 교육학과 교수는 ‘철학자들은 무엇을 먹을까’, ‘먹는다는 것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주제를 10개의 에피소드로 펼쳐 내려갔다.
첫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향연에 참가한 역대 철학자들이 와인에 관해 토론을 나누는 가상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플라톤과 칸트, 페르시아 천문학자·시인 오마르 하이얌,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오스트리아 출신 한스 구텐바인이라는 허구의 와인 전문가 등이 와인에 관한 취향 판단의 객관화가 가능한지를 두고 나누는 대화가 흥미롭다.
이 밖에도 책은 철학자들이 즐겨 요리했던 음식이나 그들을 생각하며 만들어볼 수 있는 레시피을 소개한다. 데이비드 흄의 단골 요리메뉴인 ‘여왕의 수프’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즐겨 먹은 건포도 빵 등이다. 각 장의 주제를 매개로 나누면 좋을 이야깃거리와 간단한 게임도 함께 소개했다. 1만7,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