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무디스 "팬데믹 확률 40%"...루비니<2008년 금융위기 예측한 경제학자> "금리인하로도 침체 못막아"

[코로나19 글로벌 경기침체 기폭제 되나]

불확실성 증가에 글로벌 IT기업 분기 실적 줄줄이 하향

경제 자신감 사라져...세계 성장률 2.8%로 추락 가능성

월가 "공포의 주머니 터졌다" 美 소비에도 치명타 우려

27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미국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4.42% 폭락하는 패닉 양상을 보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27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미국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4.42% 폭락하는 패닉 양상을 보이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주문을 내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대폭락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연쇄 충격파로 작용하자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이전과 양상이 전혀 다른 글로벌 경제위기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미국은 물론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전 세계 주요 기업 실적과 경제성장률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당장 이날 뉴욕증시 폭락은 캘리포니아에서 해외에 나가지 않은 사람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직격탄이 됐지만 문제는 지역사회 감염이 향후 미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이클 오스터홈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센터 이사는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한복판에 있다”며 “미국은 (코로나19) 검사를 거의 하지 않았다”며 미국 내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이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둔화를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코로나19의 대유행 확률을 기존 20%에서 40%로 높이면서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통제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며 올 상반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스턴스쿨 교수는 코로나19에 따른 1·4분기 경기둔화 이후 급격하게 살아나는 ‘V자형’ 전망을 두고 “향후 V자형 회복은 망상”이라고 단언했다. ‘닥터 둠(doom·비관론자)’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한 인물이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것이고 정치 문제로 재정 확장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일본과 유럽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면서 월가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기업 이익 감소와 함께 소비 축소에 따른 급격한 경기둔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4%대 폭락한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라는 얘기다. 폴 오코너 야누스 헨더슨 인베스터 멀티에셋 담당 대표는 “기업 실적전망 하향 조정의 여파에 대비해야 한다”며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으로 V자형 반등에 대한 자신감이 소멸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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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라면 V자형 경기 반등이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진단이 적지 않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휴렛팩커드(HP) 같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코로나19에 분기실적을 줄줄이 낮춘 데 이어 이날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소속 기업의 주당 순이익(EPS) 전망치를 기존 174달러에서 165달러로 내렸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주식 수석 전략가는 “중국에서의 심각한 경제활동 약화와 공급망 혼란, 미 경제활동 둔화, 불확실성 증가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흔들리 수 있다는 염려도 크다. 월가에서는 중국 내 매출 감소를 이유로 코스트코 같은 대표 소매업체의 실적 부진을 점치고 있지만 향후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 과정에 따라서는 미주지역 소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트증권의 미국 금리 담당 대표는 “공포의 주머니가 터졌다”며 “미국 소비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 위축과 글로벌 공급망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세계 각국에서 인력·물류 이동의 제약은 물론 경제활동 위축이 생각보다 커지고 글로벌 공급망(GVC) 교란도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반영해 올해 글로벌 성장률이 연 2.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코로나19가 미국을 경기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고 한 데도 이런 우려가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는 3월 중순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시각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해졌다”며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국내 증시의 반등은 미국·중국 증시가 회복할 때까지 미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신한나·양사록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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