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이 없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창궐, 사람이 자취를 감춘 고요한 거리, 도시 폐쇄로 동요하는 시민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요즘, 오늘날의 현실을 예견이라도 한 것과 같은 일련의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아웃브레이크’(1995)를 필두로 한 바이러스 재난 영화들이다.
물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신종 바이러스 등장과 전염병의 위협으로 영화 속 위기가 더 이상 허구로만 느껴지지는 않는 것도 사실이다. ‘아웃브레이크’와 ‘블레임: 인류멸망 2011’(2009), ‘컨테이젼’(2011), ‘감기’(2013) 등 4편의 영화들을 통해 바이러스의 시작과 급격한 확산, 인류의 위기와 그 극복과정까지 현실에 비춰볼 수 있는 바이러스 영화 속 ‘공식’들을 살펴봤다.
■기 : 바이러스의 시작
현실처럼 영화에서도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시작되고, 첫 번째 감염자는 자신이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른다. ‘컨테이젼’과 ‘블레임: 인류멸망 2011’에서는 박쥐가 숙주였다. 컨테이젼에서는 박쥐와 돼지가 합쳐진 변종 바이러스가 홍콩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지며, 블레임에서는 서태평양에 위치한 아본 공화국에서 치료하던 일본인 의사를 시작으로 일본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된다. ‘아웃브레이크’에서 시작은 원숭이였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아프리카 자이르 한 마을 근처에서 발견된 원숭이가 화물선을 타고 불법으로 미국으로 옮겨지는데, 이 원숭이의 바이러스가 검역소에서 일하던 직원(짐보 스콧)에게 감염되면서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번져 나간다. 국내 영화인 ‘감기’에서는 한국으로 밀입국하려던 이들 중 한 명이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한국 경기도 분당에서 바이러스가 시작된다.
■승 : 방심 속 놓쳐버린 확산 방지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인간의 예측보다 빠르게 퍼진다. 그리고 정부의 대응책은 이보다 항상 느리다. ‘아웃브레이크’에서 짐보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며, 그 결과 바이러스는 ‘시더 크릭’이라는 미국의 한 마을 전체로 퍼진다. ‘컨테이젼’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감염자인 베스는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른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고, 바이러스는 그의 아들에게 전염된다. 베스와 그의 아들을 비롯해 그와 접촉한 이들이 모두 목숨을 잃어가지만 정부 관계자와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는 초기에 그 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다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 후에야 문제를 인지한다.
바이러스가 의료기관에서 급속도로 번지기도 한다. 약국을 찾은 감염자의 기침으로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무방비로 노출돼 기하급수적으로 퍼지거나(감기), 바이러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병원에서 발생한 후 병원 내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기도 한다(‘블레임: 인류멸망 2011’). 다만 영화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속도 및 치사율이 현실에서보다 매우 높은 것으로 설정돼 있다.
■전 : 최악의 혼돈과 도시 폐쇄, 극단적 조치들
“누구도 만나지 말고, 만지지 마. 사람들을 피해.”(컨테이젼)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감염자들은 물론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도 두려움에 휩싸인다. 도시 기능이 마비되고, 사람들은 물건 사재기에 나선다.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에는 고요한 적막만이 흐른다. 감염을 피해 살던 곳을 떠나거나, 도시가 무법천지로 변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중국 정부가 우한을 폐쇄했듯이 영화에서도 정부는 바이러스가 더 많은 곳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폐쇄한다. ‘아웃브레이크’에서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마을을 봉쇄하고, 마을과 주민을 폭격한다는 계획도 세운다. ‘감기’에서는 감염이 시작된 분당을 폐쇄하며, 감염자와 비감염자들을 분리해 캠프에 수용한다. 감염자 중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끌고 가 소각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컨테이젼’ 역시 미국 시카고 등 도시를 봉쇄하거나 도시 간 이동을 막고, ‘블레임: 인류멸망 2011’에서는 감염이 시작된 병원을 격리조치 하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일본 전역으로 퍼진 뒤였다.
■결 : 백신의 발견, 바이러스를 이기는 인간
이전에 없던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백신 개발이다. 영화에서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순간에도 연구원들은 밤낮을 잊고 백신 개발에 몰두한다. 역학조사관이 그 과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돼 목숨을 잃기도 한다. 유명 블로거가 ‘자신도 감염자’라는 허위 주장을 하며 “치료에 개나리액이 좋다”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자 사람들이 앞다퉈 이를 구하려 나서기도 한다.(컨테이젼).
하지만 온갖 혼돈과 위기에도 결국 승자는 인간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항체 등을 통한 백신 개발에 성공해 치료에 성공해낸다. ‘블레임: 인류멸망 2011’에서는 바이러스 창궐 6개월 후 백신이 완성되며, ‘컨테이젼’에서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바이러스 연구원이 시범적 백신을 자신에게 주사해 임상시험을 하며 백신을 개발해 낸다. ‘아웃브레이크’에서도 현실에는 없는 에볼라 백신인 ‘E-1101’ 개발에 성공한다. /김현진·한민구 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