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2조원에 달하는 푸르덴셜생명보험 매각전이 꼬이고 있다. 당초 흥행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우리금융지주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기관제재를 받으면 인수전에서 발을 빼게 된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본입찰 일정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생명보험의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19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본입찰은 5파전 양상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월 23일 있었던 예비입찰을 통해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적격 예비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려놓은 상황이다. 또 대만계 금융사인 푸본그룹이 실사에 참여해 입찰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흥행을 누르는 가장 큰 악재는 우리은행 사태다. 우리금융지주는 KB금융지주와 함께 푸르덴셜 인수전을 이끌 것으로 점쳐졌었다. 내부등급법 적용이 늦어진 탓에 불가능해진 직접 참여 대신 예비입찰에 참여한 IMM PE 등 사모펀드(PEF)에 손을 잡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DLF 사태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오는 4일 정례회의를 열어 DLF 사태와 관련 징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각각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PEF 입장에서도 향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탓에 우리금융지주의 손을 선뜻 잡기가 쉽지 않다.
우리금융지주 사정에 정통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현재 인수·합병(M&A)에 신경 쓸 형편이 못 된다”며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꾸려 푸르덴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이 후보군에서 빠졌어도 인수 경쟁은 치열하다. KB금융의 인수 의지가 강한데다 맞불을 놓을 PEF도 자금력이 탄탄하다. MBK파트너스는 최대 65억달러(한화 약 8조원) 규모의 5호 블라인드 펀드 중 이미 42억달러(한화 약 6조원) 모집을 완료했다. 한앤컴퍼니도 3조8,000억원 규모의 실탄을 장착한 블라인드펀드를 쥐고 있다. 국내 출자자(LP) 중심으로 꾸려진 IMM PE 역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한 MBK파트너스는 경업금지 조항 탓에 9월까진 인수 완료가 불가능하다. 본입찰 이후 이어질 본실사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에 소요될 시간을 고려해도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코로타19 사태로 일정이 미뤄지면 더 유리한 상황인 셈이다. 한 예비인수후보 측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본입찰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코로나19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입찰일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BK를 제외한 인수후보들이 일정 연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 또 다른 예비인수후보의 관계자는 “경영진 실사는 다 끝났고 가상데이터룸(VDR)의 숫자로 실사를 진행하는 데 본입찰 일정이 미뤄질 이유가 없다”며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