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볼키스에 코로나 유럽 확진자 폭증?...佛·스위스 정부 "자제해달라"

[WHO '코로나19' 글로벌 위험도 최고단계 격상]

64개국 확진...美선 첫 사망자

伊서만 남미 등 14개국으로 퍼져

佛 5,000명 이상 행사 금지키로

이란 환자 1,000명 육박 속

부통령 확진에 지도부 감염 우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형마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마스크 부족, 생필품 사재기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형마트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마스크 부족, 생필품 사재기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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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사실상 ‘유럽의 코로나19 발원지’가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에서 14개국으로 24건의 사례가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으며 중남미와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1,128명, 29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축구 1부 리그인 세리에A 경기가 연기됐으며 확진자가 많은 북부 3개 주에서는 학교와 대학들이 2주 연속 휴교 조치에 돌입했다. 프랑스 내 확진자도 세자릿수로 급증하자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이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이달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미뤘고 프랑스 정부는 파리 하프마라톤대회 등 5,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하기로 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정부는 유럽 내 전통적 인사법인 ‘볼키스’로 감염이 가속화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친구·지인 등에 대한 볼키스를 자제해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입국자에 대한 공포는 남미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멕시코에서 첫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두 명의 환자는 모두 이탈리아 북부를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두 번째 확진자 역시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달 27일 이후 덴마크 등 5개국이 첫 확진자를 보고했는데 이들 국가의 사례는 모두 이탈리아와 연결돼 있다”며 “이탈리아에서 14개국으로 24건의 사례가 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테워드로스 총장은 지난달 28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지난 며칠 동안 코로나19 확진자와 피해국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은 명백히 우려되는 점”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한 글로벌 위험도를 최고 단계인 ‘매우 높음’으로 격상했다. ‘매우 높음’은 전체 4단계로 이뤄진 WHO 질병경보 체계에서 가장 높은 수위다. WHO는 그동안 코로나19의 위험도를 발병지인 중국에 한해 ‘매우 높음’으로 설정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는 두 번째로 심각한 단계인 ‘높음’으로 평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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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1일 현재 전 세계 64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11개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미국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전 세계에 미칠 충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미국 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질병당국의 잘못된 보고로 50대 남성인 사망자를 여성이라고 설명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기에 캘리포니아주·워싱턴주 등에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사례가 잇따르며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적어도 4개의 동떨어진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이란의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가 978명, 54명으로 증가했다. 이란의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치사율)은 5.2%로 전 세계 평균인 약 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란 여성 부통령 마수메 엡카테르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비롯한 이란 내각 지도부가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쿠웨이트·바레인·이라크·오만·아랍에미리트(UAE)·레바논 등 이웃 중동국가에서 새로 나온 확진자 대부분이 이란을 다녀온 경력이 있거나 최근 입국한 이란인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1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가 7만9,824명, 사망자가 2,87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하루 중국 본토의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는 573명, 35명을 기록해 확산 속도가 움츠러드는 추세다. 중국은 이르면 오는 4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테워드로스 총장은 “20개 이상의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고 있고 여러 치료법이 임상시험 중”이라며 “첫 결과가 몇 주 안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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