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국민 곁에 있겠다" 코로나전선의 숨은영웅 군의관

가족 만류·동생 결혼도 뒤로하고

軍의료진 407명 현장근무 자청

감염우려 큰 대구 등 곳곳서 사투

군의료진이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육군군의료진이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관련 진료기록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육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서 싸우는 군인들이 있다. 407명의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이 주인공이다. 모두 명령이 아닌 자원으로 감염위험의 최전방에서 가족은 물론 외부와의 접촉도 끊은 채 코로나와 맞서고 있다. 특히 감염자가 많은 대구지역과 중국 우한에서 탈출한 교민 수용시설까지 군 의료진이 가장 먼저 투입돼 성과를 거둬왔다. 군 의료진은 민간 의료진이 격리된 민간병원에도 파견돼 의료공백 사태를 막았다. 지난 1월20일부터 외부에 자신들의 공훈과 노력을 알리지 않은 채 묵묵히 의술을 펼쳐온 코로나 전사들이 우리 국민 옆에 있다.

국군 수도통합병원 진료1부장인 서지원 대령은 두 곳에 연이어 자원해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 사례다. 확산이 우려되던 초기에 인천공항 검역소 근무를 자원해 보름 동안 검역지원 임무를 수행하다 국군 대구병원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 없이 대구로 내려왔다. 대구병원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역을 앞두고 자원한 사례도 있다. 국군의무사령부 소속 변준수·우형택 대위는 오는 4월 전역을 앞뒀음에도 군복을 입고 있을 때 뜻깊은 일을 하고자 자원, 대구·경북지역 일대의 군부대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대구가 고향인 우 대위는 의료인력이 부족하다는 대구시장의 호소를 듣고 바로 고향을 찾았다. 국군 양주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장교 박동희 중위(진)도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고향인 대구로 왔다. 민간병원인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한 그는 “환기나 통풍이 안 되는 보호복을 입고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힘든 기색 없이 진료한 의료진의 일원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선의 최전방을 제 발로 찾은 의료진의 공통점은 주변의 반대에도 나섰다는 점. 수도병원 소속 우경인 중령은 남편과 31개월 된 늦둥이를 포함한 세 아이의 얼굴이 어른거렸지만 ‘의사는 필요한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우한 교민을 수용한 진천 공무원인재개발대원 파견에 손을 들었다. 그는 “우한 교민 중 상태가 좋지 않았던 임산부 두 명이 회복됐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같은 수도병원 소속인 송대근 중령은 분당구보건소에서 자원 근무하다 의료진이 감염돼 정형외과 의사가 부족한 광주21세기병원에서 일반환자들을 돌봤다.

관련기사



국군대전병원 소속으로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파견을 자원한 박예지 대위는 남동생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며 임무를 수행해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강릉의료원 격리병상에 근무했던 경험이 코로나바이러스 극복에 작은 힘이 될 것으로 판단해 자원했다는 그는 “국민이 필요로 하면 어떤 환경에서도 의료근무를 하는 것이 간호장교”라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군 의료진은 이들뿐이 아니다. 국군 의무사령부 예하 군 병원에서만 전체 의료진의 26%가 위험지역 파견을 자원했다. 여기에 각 군 소속 의료진의 대민지원까지 합치면 군의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변준수 대위는 “코로나19 관련 근무를 자원했던 의료진이 자리를 비웠을 때 군의 모든 군의관과 간호장교들의 업무가 늘어났다”며 “코로나 전선에 자원했던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군 의료인력이 한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하루 빨리 사태가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영웅’들인 군 의료진의 노고가 성과를 내기 바란다”며 “군 의료진도 그렇지만 대구병원의 병상 확보를 위해 밤낮없이 공사를 벌이는 군 공병부대를 포함해 전군이 코로나 퇴치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서지원 대령서지원 대령


우경인 중령우경인 중령


송대근 중령송대근 중령


변준수 대위변준수 대위


박예지 대위박예지 대위


우형택 대위우형택 대위


박동희 중위박동희 중위


권홍우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