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샌더스의 스칸디나비아 환상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美에 필요하다"는 북유럽 시스템

스웨덴선 실패...시장 개혁 단행

유연한 노동시장·굳건한 자유무역

수용한다면 진정한 '급진적 공약'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는 자신의 공약이 “절대 급진적이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로 샌더스는 덴마크·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을 자주 입에 올린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에 필요한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샌더스가 불러일으키는 사회민주주의의 이미지는 따듯하고 포근하다. 그 안에서 시장경제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제어되고, 부유층에는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며, 사회안전망은 넉넉하게 확대된다. 하지만 이는 오늘날의 북유럽 국가들의 실제 상황과 거리가 멀다.

억만장자들을 예로 들어보자. 부유층에 대한 샌더스의 견해는 명료하다. ‘억만장자가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국민 1인당 억만장자 수는 미국보다 훨씬 많다. 특히 스웨덴은 미국의 2배에 가깝다. 이뿐 아니라 북유럽 거부들은 단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고 그들이 축적한 부를 자녀들에게 대물림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상속세가 전혀 없고, 북유럽에서 가장 높다는 덴마크의 상속세율은 15%다. 반면 미국의 상속세율은 40%로 세계 선진국들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대한 샌더스의 시각은 이들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만드는 데 선구적 역할을 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고정돼 있다. 1960년부터 1980년에 이르는 20년 동안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지출은 30%에서 60%로 두 배 늘었다. 그러나 샌더스 스타일의 민주사회주의 실험은 스웨덴 경제를 무너뜨렸다. 1970년부터 1995년 사이 스웨덴은 민간 분야에서 순일자리를 단 하나도 추가하지 못했다. 1991년 자유시장 추종자인 칼 빌트 스웨덴 총리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스웨덴은 정부 지출 규모를 3분의1로 축소해 오랜 경제 슬럼프에서 벗어났다.


이런 유형의 문제와 시장개혁은 북유럽 전반에 걸쳐 일어났다. 북유럽 국가들은 유연한 노동시장을 강력하고 넉넉한 사회안전망과 결합한 이른바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모델을 만들었다. 필자는 1990년대 숱한 개혁을 단행한 포울 뉘루프 라스무센 덴마크 대통령과의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는 플렉시큐리티 개혁 모델의 관건이 과도한 정부 규제나 법적 다툼 없이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을 수월하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게 유연성을 보장해주는 첫번째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덴마크 같은 국가는 극도의 개방성을 유지하고, 자유무역 장벽을 세우지 말아야 하며, 해외시장 접근권을 확립해야 하고,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지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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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국가들이 넉넉한 사회안전망을 갖추고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하기 위해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빈민층과 중산층·중상층의 세금을 많이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종종 외면된다.

덴마크의 소득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55.9%로 가장 높지만 이는 국가 평균소득의 1.3배 이상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된다. 이는 미국에 적용하면 연 소득 6만5,000달러 이상인 납세자들의 비율이 55.9%에 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에서 최고 소득세율 43%는 전국 평균보다 1.9배 높은 수입을 얻는 사람들, 즉 연 소득이 약 50만 달러에 달하는 고소득자에게만 적용된다.

북유럽의 빈곤층과 중산층의 최대 부담은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 국민이 모두 지불하는 부가가치세다. 북유럽 국가들의 부가가치세율은 25%다. 이들은 전체 세수의 20% 이상을 부가세를 통해 거둬들인다. 전국 평균 판매세율이 6.6%인 미국의 경우 전체 세수에서 부가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8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최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45%를 부담하는 반면 같은 소득계층의 덴마크 납세자들은 26%, 스웨덴 상위 10% 소득자들은 27%를 담당한다. 경제부국들의 평균은 32%다. 미국 좌파는 대체로 이 같은 기본적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덴마크·스웨덴과 노르웨이의 경제 시스템을 미국에 가져오는 것은 보다 유연한 노동시장을 포용하고 규정을 완화하며, 자유무역에 대한 결의를 굳건히 다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산층과 빈민층을 위한 사회복지를 확대하고 관련 소요경비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다. 만일 샌더스가 이들을 모두 수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 급진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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