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파격적인 혜택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 카드사들이 인기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체크카드로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캐릭터 디자인에 기대 ‘포장 경쟁’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넘어 소비자 혜택 강화와 비용절감 등 실속 채우기에도 소홀하지 않다는 평가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가 EBS의 인기 캐릭터 펭수를 카드 플레이트에 담아 출시한 ‘KB국민 펭수 노리체크카드’는 지난 1일 기준으로 16만2,000장이 발급됐다. 지난달 17일 출시된 지 단 2주 만이다. 체크카드는 보통 월 2만장 이상 팔리면 ‘대박’이란 평가를 받는데 이 기준대로면 ‘펭수카드’는 ‘초대박’이 난 셈이다. 특히 국민카드는 기존에도 알짜 혜택으로 인기가 높았던 효자 상품 ‘노리 체크카드’에 펭수를 입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인기 캐릭터 카드의 흥행은 공식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NH농협카드가 카카오프렌즈의 대표 캐릭터인 라이언을 내세워 지난해 11월28일 출시한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는 3개월 만에 37만장 이상 팔렸다. 앞서 신한카드가 ’딥드림 체크카드’에 ‘미니언즈’ 캐릭터를 담아 지난해 4월 내놓은 체크카드도 이날까지 65만9,000장 발급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캐릭터 자체의 힘에 더해 쏠쏠한 혜택이 뒷받침된 것이 흥행 배경이라고 분석한다. 농협카드 관계자는 “연회비가 없는 체크카드인데도 생활 밀착 업종 포인트 적립, 국제공항 라운지 무료 등의 혜택이 담긴 것 역시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며 “단순 소장용 카드에 그치지 않고 실사용 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의 성공에 고무된 농협카드는 연내 새로운 캐릭터 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캐릭터 카드의 단점은 높은 브랜드 사용료다. 카드사가 디자인에 인기 캐릭터를 담으려면 그만큼 사용료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캐릭터 사용료는 기간별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한 인기 캐릭터의 경우 한 달 사용료가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카드사들은 브랜드 사용료 없이 캐릭터 카드를 설계해 실속 챙기기에도 성공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경우 인기게임 ‘쿠키런’의 캐릭터를 담은 ‘우리 카드의정석 쿠키체크’로 신용카드 정보업체 카드고릴라가 선정한 지난해 인기 체크카드 1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끌었지만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 대신 게임업체인 데브시스터즈와 공동마케팅 개념으로 상품을 설계해 ‘윈윈’ 효과를 도모했다. 삼성카드 역시 2017년 ‘스파이더맨 삼성 기프트카드’를 내놨지만 캐릭터 사용료는 부담하지 않았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카드의 선방은 각종 ‘페이’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실물카드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카드 수수료 인하로 차별화된 혜택을 내놓기 어려운 만큼 캐릭터 마케팅은 앞으로도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