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메신저’ 카카오(035720)톡이 1시간 20분가량 멈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부 활동이 차단되고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전 국민의 온라인 소통을 책임지는 카카오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파급력은 컸다. 이날 이용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카카오톡 메신저가 보내지지 않는다며 불편을 호소했고,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검색어 상위권에는 ‘카카오톡 오류’가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는 2일 “오전 8시 58분부터 10시 17분까지 약 1시간 20분간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모바일 및 PC버전에서 메시지 수발신 및 로그인 불가 문제가 있었다”면서 “불편을 겪으신 이용자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장애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용자들은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외에도 톡채널(플러스친구), 카카오톡 선물하기, 이모티콘 등의 서비스들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뿐만 아니라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에서 택시 호출 시 사전에 등록한 카드가 보이지 않아 자동결제를 할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고, 직접결제를 선택해 현장에서 결제해야 했다. 또 ‘카카오스토리’는 이날 오전 아예 서비스 자체를 이용할 수 없었고, 오후 3시까지 시스템을 점검한 후에야 서비스를 재개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의 내부 네트워크 시스템 오류로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이와 연계된 일부 서비스도 같이 장애를 겪은 걸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오류가 발생한 배경에 대해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카카오톡 이용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공유하고 안부를 묻는 메시지가 늘었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카카오톡을 활용한 업무 보고가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카카오톡’의 1인당 일 평균 이용시간은 트래픽이 폭증하는 연말연시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PC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월 16일~2월 22일) 카카오톡의 1인당 일 평균 이용시간은 41분 17초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부터 약 3개월간의 기간 중 최고 수치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트래픽 증가와 무관한 내부 네트워크의 일시적인 오류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입장이다. 근래 코로나19로 발생한 트래픽 증가는 연말연시처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전 국민이 이용해 나타나는 트래픽에 비해서는 증가량이 적어 서버 오류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카오 측은 정확한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코로나 사태라는 비상시국에 국내 중요 메신저가 한 시간 이상 멈추면서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이 통합재난관리시스템(UDMS)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16년 9월 경주 지진 발생 직후 메시지 수발신이 폭증하자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는 카카오를 정부의 통합재난관리시스템에 편입했다. 카카오톡이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매김했고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공공의 책임을 부여한 것인데 하필 같은 재난 상황에서 카카오톡의 오류가 재현된 것이다.
현재 카카오는 질병관리본부 톡채널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실시간 챗봇(인공지능)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날처럼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또 발생하면 해당 기능이 마비돼 이용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