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위기에 처한 지구 대신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아 우주로 떠나는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말한다. 웜홀, 중력장이론 등 난해한 과학 원리가 등장하는 영화 ‘인터스텔라’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는 과정과 시공을 초월한 사랑이라는 해답이 주는 감동때문일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위기는 언제나 찾아오지만, 해답을 찾으며 극복하는 게 삶이지 않은가.
가장 많이 회자되는 쿠퍼의 이 짤막한 대사처럼, 영화의 세부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뇌리 속에 박혀서 힘들 때면 두고두고 생각나는 대사들이 있다. 때로는 한 줄의 대사가 곁에서 전하는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공상과학(SF)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해 온 영화 속 명대사들을 골라봤다.
“난 인생의 위기가 좋아. 인생이 나에게 날리는 펀치를 계속 맞는 거야. 그러다 코너에 몰린 순간 결정적인 반격의 펀치를 날리는 거지.”(‘라라랜드’(2016) 중에서)
아름다운 춤과 노래, 그리고 청춘들의 꿈이 반짝반짝 빛났던 작품 ‘라라랜드’는 꿈과 사랑을 좇는 남녀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을 일깨워주며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겼다. 어쩔 수 없이 찾아 오는 위기와 절망을 헤쳐가는 법에 대한 세바스찬의 대사처럼 궁지에 몰린 순간 날리게 될 결정적인 반격의 펀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날 것만 같다.
달콤하지만은 않은 로맨틱 코미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에는 절망 뿐인 인생이란 없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유독 많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을 ‘인생영화’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아내의 외도사실을 알고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패트릭(브래들리 쿠퍼)은 우연히 알게 된 티파니(제니퍼 로렌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기쁨과 설렘을 즐길 틈도 없이 사랑 이후의 아픔을 미리 걱정하며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 패트릭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삶이 주는 기회를 잡지 않는 건 죄야. 어떻게든 움켜잡아야 하지. 안 그러면 평생 후회해.”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에 현재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아버지의 진심어린 충고다.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1994)에서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이나 후회를 남기지 말라는 대사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과거는 상관 없어. 아프긴 하겠지. 하지만 둘 중 하나야. 도망치든가 극복하든가 과거로부터 배우는 건 너의 선택이지.” 어른부터 아이까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개코원숭이 라피키 할아버지의 명대사다. 미어캣 티몬의 낙천주의도 힘든 마음에는 큰 위안이 된다. “과거는 흘러갔고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렇지? 그럴 땐 신경 끄고 사는 게 상책이야. 하쿠나 마타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