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앞둔 HDC현대산업(012630)개발이 이번에는 사모 방식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다음달까지 유상증자와 공모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운 터라 사모사채 발행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달 말 10년 만기 단일물로 1,700억원 규모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3.7%다. 한양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급하게 시장에서 사모 자금을 모집한 이유를 IB 업계는 크게 세 가지로 본다. 먼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설계한 자금조달이 계획과는 달라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HDC현산은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약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증자를 결의한 지난 1월부터 2차 발행가액 산정 기준일인 이달 2일까지 주가는 계속 떨어졌다. 최종 신주발행가액이 1만4,600원으로 확정되면서 이사회 당시 약 4,075억원이던 유상증자 규모는 3,208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따라서 사모사채 발행 등으로 추가 자금을 조달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모채 모집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 사모사채 발행을 결정했다는 관측도 있다. 장기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A급의 신용등급과 ‘부정적’이라는 등급 전망 때문이다. 향후 신용등급 하락이 가파를 경우 채권 가격에 평가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HDC현산은 투자자 모집을 위해 사모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가산금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풋옵션 등을 제시했다. 회사의 개별민평은 발행 전날인 지난달 27일 기준 3.09%로 자기등급민평 3.03% 대비 6bp(1bp=0.01%포인트)가량 높았다. HDC현산은 약 70bp의 가산금리와 신용등급이 BBB+등급으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조기에 원금상환 청구를 할 수 있는 풋옵션을 내걸었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된 AA-등급이 되면 발행자가 채권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있다. 이 같은 안전장치 덕분에 HDC현산은 총 1,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사모채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대부분 증권사의 리테일 창구에서 소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만기구조와 조달창구를 다양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있다. HDC현산은 오는 4월 발행할 예정인 공모 회사채를 최대 7년물까지만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만기구조와 조달창구가 분산되면 이후 차환시기가 돌아올 때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편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HDC현산의 재무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나 인수 소식이 전해지자 차입 부담이 극심하다며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나의 실적이 크게 떨어진 점도 부담이다. 한국신용평가는 과거 사스 사태를 미뤄볼 때 중국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나의 올해 연간 매출액이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항공업이 직격타를 맞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위험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수조건에 대해 매도자인 산업은행과의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