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이 빠르게 생산활동 재개 준비에 들어갔고 중국 기업들도 다시 투자에 나서면서 관련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3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아이씨디(040910)(2.62%), 영우디에스피(143540)(2.20%), 디아이(003160)(1.81%), 에스티아이(039440)(0.90%)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이들 업체의 공통점은 지난주와 이번주 삼성과 LG·중국 기업 등과 관련 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날 장 마감 전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기업 17개사가 총 4,387억원 규모로 수주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8%에 해당하는 3,413억원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발주됐고 나머지는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해외법인 포함)향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의 회복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관련 수요는 비교적 견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2월 서버 디램(DRAM)과 PC 디램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6.0%와 1.4% 상승하는 등 반도체 가격도 반등세가 유지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재택근무와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새로운 수요 발생과 함께 온라인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의 서버 디램 수요가 2월 들어 눈에 띄게 확대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PC 디램 역시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을 우려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들의 주문이 늘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급사와 고객사 모두 재고가 줄면서 1·4분기 반도체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역시 액정표시장치(LCD) 등이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중국이 본격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나선 것도 국내 업체에는 긍정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한창이었던 지난달 24일에도 AP시스템(265520)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로부터 1,493억원에 달하는 OLED 제조 장비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황이 예상보다 양호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증시 조정을 관련 업종의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중국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보유한 테크윙과 DB하이텍의 현황을 확인했지만 중국향 수주가 감소하거나 취소되는 문제는 없었다”며 “오히려 1·4분기 수주액이 지난 분기보다 늘어난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도 “일부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지연되면서 관련 수주를 받았던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1·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연간 실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히려 단기실적 둔화 시기를 활용한 비중확대 전략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