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원격영상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변호사님, 잘 들리십니까?” “네 재판장님. 잘 들립니다.”
4일 서울고법 305호 법정에서는 원고 측과 피고 측, 판사가 화면을 통해 마주하는 ‘원격영상재판’이 열렸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도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지난 2일 민사재판부에 영상재판 활용을 권고한 후 첫 실시 사례다.
이날 서울고법 민사5부(김형두 부장판사)는 소모씨가 백모씨를 상대로 낸 금전청구소송 항소심 변론준비기일을 화상 형식으로 진행했다. 모든 방청객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정 입구에서 손 소독을 한 후 입장할 수 있었다.
법정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의 3분할 화면에는 각각 원고 측 대리인, 피고 측 대리인, 판사의 모습이 영상통화 장면처럼 띄워졌다. 발언할 때마다 발언자의 모습이 나타난 화면이 커지고, 다른 참석자 모습은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이 반복되는 구조였다. 이날 양측 대리인들은 각자의 사무실에서 헤드셋 등을 착용하고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은 때때로 화면에 전자 소송기록을 띄워 대리인들과 함께 보며 재판을 진행했다. 세 명이 한 공간에 있지 않음에도 화면에 뜬 문서를 보고 서로 발언을 들을 때 큰 문제는 없었다. 재판이 진행된 20여분 동안 영상과 음성에 재판 진행을 방해할 정도의 끊김이나 잡음은 발견되지 않았다.
예정된 절차를 마치고 재판장이 ‘재판종료’ 버튼을 누르자 ‘재판을 종료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안내창이 떴다. ‘확인’을 누르자 양측 대리인들을 비추던 화면이 꺼졌고, 이날 재판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내달 초로 예정된 해당 사건의 다음 변론준비기일 역시 화상 형식으로 열기로 했다. 서울고법은 이번 주 내 원격영상재판으로 진행되는 사건 2개를 추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