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도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장애인·노약자 등 고위험군의 집단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명 중 2명은 ‘집단발생’과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집단시설에 직접 찾아가서 검체 채취 및 진단 검사를 시행해 고위험군의 사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4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5,328명 가운데 65.6%인 3,494명이 집단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신천지 관련 사례는 코로나19 전체 환자의 56.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천지 외에도 의료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집단시설에서 발병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대구 북구의 장애인 거주 시설인 성보재활원에서 확진자 9명이 발생했다. 원장과 사무국장을 비롯해 장애인 5명, 사회복지사 2명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며 재활원 전체 입소자는 192명, 종사자는 82명이다. 인근 요양병원인 큰사랑요양원에서도 종사자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두 시설 사이의 거리는 약 3㎞다.
경북 봉화의 노인의료복지시설인 푸른요양원에서는 확진자 2명이 발생했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79세 여성과 89세 여성으로 전날부터 발열 증상이 있어 진단 검사를 한 결과 양성으로 드러났다. 요양원 입소자는 54명, 종사자는 32명으로 봉화군은 두 환자를 요양원 내 1인실에 각각 격리하고 감염경로를 확인하고 있다. 아울러 확진자를 뺀 입소자와 종사자 전원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다.
그동안 23명의 확진자가 나온 중증장애인 시설인 칠곡 밀알사랑의집에서는 입소자 1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가 24명으로 늘었다. 추가 확진자는 애초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돼 있다가 시설에 복귀했지만 2차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왔다. 확진자가 나오기 전 122명이 생활하고 있던 경산의 서린요양원에서는 확진자가 13명으로 증가했다. 경산의 엘림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에서도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외에 충남에서는 천안 ‘줌바댄스’ 관련 확진자가 80명으로 밝혀졌다. 충남 내 전체 확진자 82명 중 신천지 관련 1건과 개별 사례 1건을 제외하면 전원 줌바댄스와 연관됐다. 환자 80명은 총 7개 운동시설에서 발생했다. 이 중 강사는 4명, 수강생은 50명, 가족 중 이들과 접촉한 26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 방역당국이 현재 환자가 방문한 장소와 접촉자 조사를 이어가고 있어 천안 지역 내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시와 보건당국은 수강생 190명과 접촉자 357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특히 고위험군이 머무는 장소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며 방역당국은 초긴장 상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고위험군의 노출이 상당히 많아져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해외 유입으로 전파되는 시기에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 위주로 발병이 일어나 치명률이 비교적 낮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자는 평소에도 미열이나 기침이 있을 수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자각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뒤에야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사회복지시설로 찾아가 검체를 채취해 검사하는 등 최대한 빠르게 고위험군의 확진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시설에 계신 고위험군이 직접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검사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며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의심되는 시설은 직접 찾아가 검체를 채취하고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무증상자 검사를 제한하고 유증상자·고위험군 위주로 검사를 많이 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망자 3명이 추가로 발생해 사망자가 총 35명으로 늘었다. 33번째 사망자는 67세 여성으로 별다른 기저질환은 없었다.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1일 호흡곤란을 호소해 칠곡경북대 음압병상에 입원했으나 증세가 악화돼 숨졌다. 34번째 사망자는 87세 여성으로 치매 등을 앓고 있었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