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새로운 마스크 대책인 ‘마스크 배급제’가 처음 시행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의 한 약국 앞은 마스크가 입고되기 전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약국은 직원이 약사를 포함해 2명뿐.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직원 한 명은 마스크를 2개씩 손님들에게 배부하고 다른 한 명은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시스템에 입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스크가 아닌 처방의약품을 사려고 약국에 찾아온 한 환자는 “마스크 구매자들의 줄이 너무 길어 약국 직원에게 말도 붙이지 못했다”면서 “오후쯤에 다시 오려고 한다”며 발길을 돌렸다.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8일까지 사흘간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1인 2개(1회)만 살 수 있다. 오는 9일부터는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하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된다. 사실상 ‘준(準)배급제’가 실시되는 것이다. 중복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약사들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업무포털에 접속한 후 구매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중복구매 여부를 확인한다.
대다수의 손님은 구매 개수 제한과 복잡해진 판매 절차에 불만을 내비쳤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한 노인이 왜 마스크를 2개밖에 사지 못하냐며 화를 냈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마스크 배급제 시행 소식을 접하지 못한 시민이 약사에게 분풀이를 한 것이다.
본인 신분증이 필수지만 신분증 없이 구매한 경우도 있었다. 동작구의 A약국은 신분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2장, 없는 사람에게는 1장으로 제한해 마스크를 판매했다. 성북구의 한 약사는 “신분증이 없으면 구매하지 못한다고 말하면 고객들이 서운해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 괴롭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대리구매가 암암리에 진행되기도 했다. 정부는 장애인에 한해 대리구매를 허용하겠다고 지침을 정했다. 하지만 이날 종로구의 약국에서 한 손님은 가족의 주민번호를 대고 한꺼번에 6장을 구매하기도 했다.
약국 직원들은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이 부담이다. 마스크를 판매할 때 일일이 심평원 업무포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일거리다. 성북구에서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처방과 조제, 마스크 판매까지 혼자 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마스크 배급제 실시에도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는 모습은 여전했다. 종로구 B약국에는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내 약사가 밖으로 나와 ‘마스크가 언제 입고될지 모른다’고 하자 시민들이 다른 약국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정모(50)씨는 “마스크 배급제를 시행한다고 해도 약국에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다리는 데 시간을 많이 쓰지 못하는 사람은 여전히 구매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심기문·곽윤아·김태영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