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점 이상 줘도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남자골프 ‘영건’의 소감에서는 2연승의 문턱에서 돌아선 아쉬움보다는 정상급의 경기력을 다시금 펼친 것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임성재(22·CJ대한통운)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총상금 930만달러)에서 우승 경쟁 끝에 단독 3위를 차지했다. 임성재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파72·7,45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성적 2언더파 286타는 정상에 오른 티럴 해턴(잉글랜드·4언더파)에 2타가 모자랐다.
2018-2019시즌 신인상을 차지했던 임성재는 지난 2일 혼다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둔 뒤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올라 강렬한 이미지를 심었다. 2개 대회 연속 우승은 무산됐지만 소득은 컸다. PGA 투어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보탠 그는 1,458점을 쌓아 1위였던 저스틴 토머스(미국·1,403점)와 자리를 바꿨다. 만 22세 전에 페데스컵 중간순위 1위를 꿰찬 것은 조던 스피스(미국·16주간)와 호아킨 니만(칠레·1주간)에 이어 임성재가 역대 세 번째다. 시즌상금은 386만달러(약 46억원)로 토머스(약 421만달러)에 이어 랭킹 2위로 올라섰다. 올해 35위에서 시작한 세계랭킹도 지난주 25위에서 23위로 2계단 상승했다.
임성재의 견고한 기본기는 까다로운 컨디션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지난주 우승했던 혼다 클래식은 최근 24년간 메이저를 제외한 PGA 투어 대회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회 역시 쌀쌀한 날씨와 바람에 그린이 단단해지면서 단 4명만 나흘 합계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을 만큼 선수들을 괴롭혔다.
13번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선두 해턴에 3타 뒤진 공동 4위로 출발한 임성재는 3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우승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공동 선두였던 13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적어냈고 결국 해턴과의 2타 차를 좁히지 못했다. 임성재는 “앞바람에 100m 정도를 남겨 52도 웨지 샷으로 충분할 것으로 봤는데 짧았다”고 돌아보고 “후반 몇 개 홀이 아쉽지만 지난주 우승 뒤 이번 주에도 우승 경쟁을 했으니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성재가 우승했더라면 1997년 데이비드 듀발(미국) 이후 23년 만에 생애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연달아 따낸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유럽 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둔 해턴은 PGA 투어 60경기 출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하며 167만4,000달러(약 20억원)의 상금과 함께 3년간의 투어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2017년 이 대회 우승자 마크 리슈먼(호주)이 1타 차 2위(3언더파)에 올랐고 강성훈(33)은 공동 9위(1오버파)로 마쳤다.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5위(1오버파)로 3계단 밀렸으나 7개 대회 연속 톱5 입상 행진의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