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057050)을 상대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펼쳤던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Dalton Investment)가 이번엔 국내 안경렌즈 시장 1위 업체 삼영무역 압박에 나섰다. 회사는 주주 측이 제안한 감사 후보자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받아들여 오는 정기 주총에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삼영무역 에 투자해 주주 제안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동주의 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주주총회 의결 사항인 감사 선임의 건을 두고 조성민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감사와 베스트셀러 저자인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를 감사 후보자로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이다.
삼영무역 도 주주제안을 받아들였다. 회사는 최근 돌턴인베스트먼트가 추천한 2명의 후보와 함께 기존 오정무 상근의 감사를 재선임해 총 3명의 감사 후보자를 선임하는 내용을 주총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삼영무역 의 정기 주주총회는 서울시 마포구 삼영무역 본사에서 오는 24일 개최될 예정이다.
1959년 설립돼 국내 안경렌즈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는 삼영무역 은 세계 최대 안경 렌즈 1위 업체인 프랑스 에실로와 2002년 합작법인(JV) 에실로코리아를 설립해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회사는 중국과 베트남에 대규모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감사위원 선임 안건의 경우 ‘3% 룰’이 적용되는 만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소액주주들과 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이는 이유다. 최대주주 이승용 삼영무역 대표와 특수관계인은 약 43%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고 이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이중홍 전 경방 회장이 지분 6%를 따로 갖고 있다. 투자자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9.7%의 지분을 확보했다. 또 영국 투자기관인 하이클리어인베스트먼트(6.1%)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자가 현재 삼영무역 주식 20%가량을 차지하고 것으로 알려졌다. 돌턴인베스트먼트가 회사 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구하는 배경도 주주와 의결권 자문사들을 주총 전 포섭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돌턴인베스트먼트 측이 제안한 감사가 실제 선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삼영무역 이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 건을 안건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 설치가 가결되면 감사 선임 안건은 자동으로 폐기된다. 사실상 회사는 주주 제안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둔 것이다.
과거 한진칼(180640)의 사례와 유사하다. 지난해 주총에서 한진칼은 KCGI의 감사 선임을 저지하기 위해 상근감사 자리를 없애고 감사위원회 설치를 추진했다. 상근감사는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감사위원회의 감사는 사외이사 가운데 선임해 ‘3% 룰’에서 자유롭다.
미국계 투자회사 돌턴인베스트먼트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첫 미국계 투자회사다. 지난해 현대홈쇼핑에 자사주 매입이나 이에 준하는 배당을 하라고 요구하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안건에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