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시작하면서부터 대한민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뉴스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만 해도 코로나19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응이 성공적이라고 치켜세운 세계보건기구(WHO)의 평가를 보며 나름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한 달을 채 넘기기도 전에 우리를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동선상의 이웃이 확진자라는 정보가 수시로 날아들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스크와 손 씻기 캠페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으나 마스크 품귀 현상과 온라인 매장 등에서의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다루는 뉴스를 보면 우리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짐작할 수 있다.
의심 증상이 있을 때 재택근무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진료가 필요해 병원을 찾는 것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예민한 문제가 됐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전화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료계 내에서는 상당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현장전문가를 배제한 졸속행정이라고 반발하지만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차감염 방지, 만성질환자·노약자·고위험군환자 등의 감염 최소화를 위해 결정된 효율적 방안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졸속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전화 응대 인력과 가이드라인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또 다른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이는 현재 상황에서 충분히 합리적 우려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문제점은 몇 년 전에도 반복됐다. 진정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부분인가 묻고 싶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미국도 도입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정보기술(IT) 강국인 대한민국 국민들은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인식해야 할까. 각계 전문가와 관계자의 충분한 논의 속에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했겠지만 아마도 필자를 포함한 대다수 국민은 여전히 원격진료 시장의 문이 제대로 열리기를 기다릴 것이다. 의료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가 맞물린 복잡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원격의료에 반대해야 할 이유들이 더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서로의 입장이 다르고 이에 따라 뜨거운 찬반논쟁이 있더라도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요양시설 등의 거동불편 환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 강화를 위한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시범사업은 의료의 필요성은 있으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도서산간 등 지리적 여건이 어려운 곳에 거주하는 환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더불어 코로나19 같은 감염발생 지역의 격리 대상자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는 올해 의료법 개정에 따라 완화된 대리처방과 더불어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관리경험이 낳은 교훈을 토대로 생물처럼 살아 움직이듯 진화하고 성장하는 대책이 마련되고 실현돼야 할 것이다. 그중 하나가 상시 가동할 수 있는 원격의료 시스템과 플랫폼 구축에 대한 재검토가 아닌가 생각한다.
웨어러블 기기까지 헬스케어에 도움을 줄 만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각계의 입장을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이미 도입한 나라의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는 약점을 보완하고 한국적 풍토에 맞는 원격의료 서비스를 상시 운영하려는 시도가 늦지 않게 이뤄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