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승객 수요가 전년대비 70% 감소하는 등 수익과 이익창출력이 급격히 저하된 점을 반영했다. 같은 이유로 지주회사인 한진칼도 등급 하향 압력이 커졌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신용등급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하향검토’로 하향 조정한다고 12일 밝혔다. 뚜렷한 개선사항이 없을 경우 6개월 내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는 경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승객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 컸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한 대한항공 운송객 수는 지난달 마지막 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감소했다. 3월 들어서는 약 70%까지 떨어졌다. 세계 110여개국에서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와 입국제한 등을 시행해 다수 노선이 운항정지됐기 때문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운항 노선이 다수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감가상각비 등 대규모 고정비는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한신평은 “수익과 이익창출력의 급격한 저하가 불가피하고 단기간 내 항공수요와 수익성 정상화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항공의 유동화차입금은 현재 약 1조8,300억원 규모다. 여객매출 등 향후 발생할 수익에 대해 미리 현금화한 금액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매출액이 급감하는 상황이 2~3개월 지속될 경우 감소 수준에 따라 가지급 중단, 자산 추가 신탁, 조기지급 등 절차가 이뤄질 수 있다.
한신평은 향후 영업현금흐름의 많은 부분이 유동화 차입금 원리금 상환에 먼저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 만기 구조 단기화와 더불어 항공기 리스료, 유동화 차입금 외 일반 차입금 상환 및 이자비용 등 고정적인 현금 유출 대응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대한항공의 현재 신용등급은 BBB+로 10개의 투자적격등급 중 여덟 번째로 높다. 한진칼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BBB다. 한신평은 향후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항공운송 수요 정상화 여부와 시점, 유동화 차입금과 관련한 회사의 대응과 재무구조 개선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