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한국은행이 이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은은 금리인하 작업에 앞서 12일 금통위를 열어 대출적격 담보증권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국채·정부보증채 이외에 산업금융·중기금융·수출입채권, 주택저당증권(MBS)을 신규로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해 은행 자본 조달을 용이하게 해준 것이다. 한은은 이달 중 증권금융과 증권사 등 비은행권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테스트도 실시하기로 했다.
한은은 이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 발생으로 소비가 감소하고 수출과 생산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과거 감염병 사례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지속기간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 9일 열릴 정기 금통위 이전에 임시 금통위가 개최돼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사정에 밝은 고위 관계자는 “한은은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에 거리를 두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각국이 잇따라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며 “이달 임시 금통위를 열어 0.25%포인트 인하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국제금융시장 변화 여건을 정책운영에 고려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과 19일 미국 연준(Fed·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을 전후로 임시 금통위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이 총재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의 조화를 강조해 온 만큼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점에 임시 금통위를 열 수도 있다.
다만 임시 금통위를 연다 해도 금리 인하 폭은 0.25%포인트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와 윤면식 한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의 위원들로 구성된 금통위는 최근까지도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성향을 보여왔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긴급간부회의도 열었지만 결국 대출 정책과 공개시장조작 등을 사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또 확장 예산안과 더불어 추경에 따른 역대 최고 수준의 적자국채 발행도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통화 정책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하 폭을 제약하고 있다. 한은은 이날 보고서에서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의 성장세는 과거에 비해 둔화됐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약화한 탓에 미시적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