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하루 코스피 변동폭 128P…'지옥 맛' 본 투자자들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동시 발동

코스피·코스닥 한날 발효는 처음

외인 1.2조 순매도...연기금 '백기사'로

"최악땐 1,100P까지 밀릴수도"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대폭락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권욱기자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대폭락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권욱기자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극대화시켰다.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가 연기금이 ‘백기사’로 나서자 하락폭을 빠르게 축소하는 등 지수는 하루 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13일 코스피지수의 하루 변동폭은 무려 128.71포인트, 코스닥지수는 53.23포인트에 달해 투자자들을 극도의 패닉 상태로 몰고 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43%(62.89포인트) 하락한 1,771.44에 장을 마쳤다. 장 시작 4분여 만에 프로그램 매도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급락세로 시작했던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8% 이상 빠지면서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19년여 만에 20분간 유가증권시장 거래를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효됐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세는 이날도 거셌다.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2,300억여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닥시장의 변동성은 더 컸다. 장중 한때 전날보다 13.57%나 하락한 487.07포인트까지 곤두박질치면서 당일 지수가 15% 이상 변동될 때 적용되는 2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외국인들은 1,728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전날 미국 3대 지수가 10%에 가까운 폭락을 기록하자 투자심리가 공포로 얼룩졌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코스피지수 하단 지지선을 내렸다. 대신증권은 지수 하단을 1,710으로 새로 제시했고 현대차증권도 1,700선으로 후퇴시켰다. 하나금융투자는 1,750선을 하방 지지선으로 제시한 가운데 1,6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SK증권은 최악의 경우로 금융위기까지 이어진다면 1,100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수 하단을 전망하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증권가의 암울한 전망 속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지만 거래가 재개된 후에도 하락 추세를 막지 못했다.


10% 가까운 급락장세는 오후 들어 연기금이 매수세를 끌어올리면서 반전했다. 연기금은 이날 5,72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2011년 8월 이후 하루 기준 순매수량으로는 최대치다.



아울러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지수 내림세를 진정시켰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전날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규모 확대 발표에도 신뢰를 주지 않았지만 이날 일본중앙은행(BOJ)이 레포(Repo)시장을 통해 일본 국채 5,000억엔어치를 매입하기로 하자 다음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원회(FOMC)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를 다독였다. 실제로 이날 나스닥과 S&P500 야간 선물지수는 오후 들어 상승세로 반전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책임연구원은 “오후 들어 연기금이 순매수세를 늘리면서 지수 하락폭을 줄였다”며 “글로벌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다소 진정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패닉셀(공포 매도)’은 순간 진정됐지만 극심한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다음주 있을 미국 FOMC의 결과에 따라 극심한 변동성이 다소 누그러질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고 국제유가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인 만큼 본격적인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은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기다리고 있다”며 “당분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만큼 높은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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