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수요 쇼크가 잠재적으로 얼마나 크냐입니다. 수요 쇼크가 크면 금융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다니엘 안 BNP파리바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거시전략 헤드는 12일(현지시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공급 충격은 크지만 다룰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글로벌 공급망 붕괴보다 수요 쇼크를 더 중요하게 봤다. 공급 쇼크는 공장 가동을 재개하거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체지를 찾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한 번 꺾인 소비는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를 맞을 것으로 보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은 경기침체를 겪고 있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의 여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점쳤다. 아직 미국은 고용과 소비가 유지되고 있어 기반은 탄탄하지만 향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ADP전미고용보고서상 지난 2월 미국의 민간고용이 18만3,000개 증가해 시장 예상치 15만5,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제조업(서비스업) 생산지수는 57.3으로 1년 새 최고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항만과 전시 관련 업체, 여행, 식당 업종을 중심으로 일자리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지금은 은행들이 건전하다”면서도 “정책당국자들이 빠르게 대처하는 데 실패하고 시장을 안심시키지 못하면 심각한 경제 상황을 일으키는 새로운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미국 정부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핵심 포인트는 더 많은 코로나19의 진단과 검사라고 주장했다. 경기부양책이 시장을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보건 문제가 해결돼야 시장이 안정된다는 얘기다. 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급여세 인하나 통화당국의 대책이 도움이 되겠지만 가장 우선돼야 하는 것은 코로나19 진단을 늘리고 적절하게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며 보건 서비스를 준비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금의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돼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연준이 오는 4월 말까지 금리를 제로로 떨어뜨릴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이어 “당연히 양적완화(QE)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7개국(G7) 공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G7의 협조는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각국의 중앙은행은 아직 따로 움직이고 있다”며 “재정정책은 여전히 검토 중이고 유럽인들의 미국 여행제한은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만 해도 기대와 달리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가전쟁에 대해서는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될 것으로 봤지만 소비자에게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의 저유가는 분명히 에너지 분야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줄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제와 주요 석유 소비국인 중국과 인도에는 긍정적”이라고 했다. 저유가는 휘발유를 비롯해 물건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씨티그룹에서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를 지냈고 미 국무부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업무를 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이끌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금융 분야 최고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