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말을 감별하는 사람이 있었다. 좋은 말과 나쁜 말을 귀신같이 골라낸다. 그 비법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모여든다. 그런데 아들이 가만히 보니 아버지가 어떤 사람에게는 천리마를, 또 다른 사람에게는 둔하고 느린 둔마를 솎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닌가. “아빠, 나도 말 감정법을 가르쳐주세요. 기왕이면 천리마로요.” 이 말 감정사는 아들에게 어떤 말 감정법을 가르쳤을까. 당연히 둔마를 가르친다. 왜냐하면 천리마는 일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고 둔마는 매일 감정할 수 있으니까. 미운 놈에게는 천리마. 예쁜 애에게는 둔마. 중국의 철학서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요가도 스포츠인가.” 스포츠용품 회사의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이 한 말이다.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중장기 전략회의 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 상황에서 나온 이 말은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스포츠용품 회사는 당연히 선수들의 퍼포먼스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축구선수들을 위한 특수고무로 만든 신발, 수영선수의 기록 단축을 위한 특수 수영복, 한번 빨려 들어가면 절대로 빠져나오지 않는 야구 글러브 등등. 그런데 승부도, 규칙도, 심판도 없는 요가가 스포츠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당시 이 회사는 고급 스포츠용품을 제작하는 부서에 초일류 디자이너를 배치했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반면 요가·에어로빅·피트니스 파트에는 갓 입사한 신참 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겼다. 아무나 대충하면 되는 로우테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년 후 스포츠용품 시장의 절반이 피트니스 용품으로 뒤덮인다. 그 회사는 그 기회를 단단히 낚아챈다. “요가도 스포츠인가”라는 뚱딴지같고 어리석어 보이는 질문이 없었다면 그 기회는 날아갔을 것이다. 리더는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마두스베르그)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 최고 재벌그룹의 오너 회장이 있다. 하루는 그룹 산하 호텔에 시찰을 나갔다. 사장을 불러놓고 묻는다. “이보게, 호텔업의 본질은 무엇인가.”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 나올수록 답변하기는 더욱 어렵다. 그 사장은 뭐라고 답했을까. 힌트 하나가 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이 있다. 이 햄버거 회사는 호텔과 같은 업의 본질을 가진다. 정답은 둘 다 부동산업이다. 이 햄버거 회사는 매장을 대체로 자리 값이 비싼 곳에 차리지 않는다. 비교적 허름한 곳에 자리 잡고 나면 이 회사의 명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 그러면 회사의 가치도 상승한다. 햄버거든 호텔이든 업의 본질은 부동산이다.
비즈니스에서는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전부다. 자신의 업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면 반드시 성공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업의 본질을 알 수 있을까. 우선 세상만사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잘 관찰해보면 크게 둘로 나뉜다. 끊임없이 변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트렌드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본질이다. 우리는 변하는 것에만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본질이다. 트렌드를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트렌드만 따라다니다 보면 상투를 잡을 때가 많다. 도대체 그것을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불분명할 때도 많다. 심지어 트렌드마다 터줏대감들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업의 본질을 알고 싶은가. 첫째,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요가도 스포츠인가”처럼 근본적일수록 어리석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그런 질문을 잘 던지지 않는다. 조직 구성원 모두가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라는 질문을 항상 해야 한다. 혁신하기 위해서도 이 질문은 꼭 필요하다. 둘째, 항상 관찰하라. 변하지 않는 것에 주목하라. 그게 우리 업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트렌드에 주목하되 업의 본질을 기억하라. 셋째, 업과 업 사이의 장기적 인과관계에 주목하라. ‘본질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참나무의 본질은 도토리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