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졌습니다. 뭘 해도 안 됐습니다.” 모빌리티 시장에 새로운 규칙을 만들겠다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결국 정부와 국회의 규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6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쏘카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이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재욱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본인이 창업한 다음에서 떠난 지 11년 만에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2018년 4월 쏘카 대표를 맡아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혁신 실험은 채 2년을 넘기지 못했다.
이 대표는 사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타다는) 지금까지 국가의 지원금을 한 푼도 안 받고 운행됐던 서비스”라며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미래를 보고 운영해왔던 서비스인데 미래가 없어지는 순간 신규 투자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모빌리티 혁신을 택시 혁신이라고만 본 이 정부의 단견이 아쉽다”면서 “정부는 혁신을 꿈꾸는 많은 이들은 물론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들에게도 아주 나쁜 메시지를 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표는 타다금지법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을 위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수십 년 동안 국토부의 정책실패로 혁신되지 않던 택시가 타다가 금지된다고 혁신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택시 혁신을 위해서 타다를 금지하겠다는 정책을 밀어붙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잘못된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드라이버들에게는 최소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쏘카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됐던 타다 독립법인 출범 계획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쏘카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타다 사업 부문을 분리해 ‘유니콘 농장’으로 성장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타다의 현행 운영 방식을 사실상 금지하는 ‘타다금지법’이 법안 공포만을 앞두고 있어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회사 측은 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을 다음달 11일부터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쏘카 관계자는 “법원의 타다 서비스 합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타다금지법이 6일 국회에서 통과돼 타다의 사업 확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