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야단법석] 與 '로스쿨 확대' 공약에…"사법시험 살려내라"

민주당 총선공약 '방통대·야간 로스쿨 도입'

로스쿨 제도 손보는 것은 부족하다는 비판

"사법시험·예비시험 등 시험으로 승부봐야"

수험생·법학교수 잇따라 성명 통해 쓴소리

오신환·안철수 등 정치권서도 로스쿨 부정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야간·온라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11일 방송통신대·야간 로스쿨 도입을 4·15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4년제 대학에 주간 대학원 형태로만 존재하는 로스쿨의 범위를 넓혀 보다 많은 국민이 ‘법조인의 꿈’을 이루게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방통대와 야간 로스쿨 정원은 각각 100명씩 총 200명으로 하되, 세부적인 부분은 현재 로스쿨 정원과 사회적으로 적정한 변호사 수를 따져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로스쿨 확대 카드를 꺼내자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주로 사법시험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원성이다.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이어졌다가 가라앉은 사법시험 존폐 논의에 최근 다시 불이 붙은 이유다. 끊임없이 폐지 논란에 오르내리던 사법시험은 지난 2017년 시험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와 함께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변호사 예비시험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 시험을 치를 수 있는 제도로, 일본과 미국에서 시행 중이다. 로스쿨 범위를 넓히자는 이번 민주당 공약은 로스쿨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로스쿨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로스쿨 제도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고 ‘시험의 공정함’을 믿는 반대 측의 주장과는 뿌리부터 다르다.

지난달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종배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 대표가 로스쿨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종배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 대표가 로스쿨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것은 법조인 지망생들이다. 공약 발표 당일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방통대·야간 로스쿨 공약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면서 “예비시험 도입 및 사법시험 부활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사준모는 또 “계층 이동 사다리를 만들려면 누구나 법조인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인원을 제한해 기존 로스쿨 정원을 불과 100~200명 늘린 효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도 지난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번 공약을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로스쿨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깜깜이·금수저·고스펙 전형에 있다”고 주장했다. 고시생모임은 “많은 입시비리가 발생하고 나이 차별, 학벌 차별, 고스펙 요구 등 진입장벽이 높은데 기존 정성평가를 통해 방통대·야간 로스쿨 입학생을 선발하면서 공정한 사회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얄팍한 정치술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스쿨 확대로 계층 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공약은 달콤하기만 할 뿐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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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 교수들도 행동에 나섰다. 사단법인 대한법학교수회는 12일 “변칙적인 형태의 로스쿨인 방통대·야간 로스쿨의 설립을 절대 반대한다”며 “기존 오프라인 로스쿨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않고 제2의 로스쿨을 설립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이 없으면 입학조차 할 수 없고 입학시험 성적이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로스쿨은 특정계층에 대한 특혜를 조장한다”며 “절대다수 국민이 사법시험의 부활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정치권 역시 민주당 공약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오신환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기득권층의 이해를 대변하던 민주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계층 이동의 사다리’ 운운하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면서 “문제 해결의 바른 방법은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또는 사법시험 부활을 통해 서민 자녀들도 노력을 하면 자기 실력대로 당당하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이미 명문대 로스쿨과 지방대 로스쿨의 격차가 심각해지면서 상류층 자녀들만 법조인이 되는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아빠 찬스’, ‘엄마 찬스’가 난무하는 상류층 자녀들의 입시 부정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오 의원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시절이던 지난 2017년 12월 예비시험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 2018년 8월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에 상정됐으나 반대에 부딪히면서 통과되지 못해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은 민주당이 공약을 발표하기 전 로스쿨 폐지와 사법시험 부활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모의 사회경제적 부와 지위가 불공정 입학으로 이어지고, 다시 그것이 자녀들의 경제 사회적 부와 지위로 이어지는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부모 찬스를 완전히 없애겠다.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사법시험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우려가 나옴에도 사법시험을 다시 시행해야 하는 것은 시험만큼 공명정대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사법시험 부활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돈만 있으면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실제로도 틀린 말이 아니다”라며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정치권의 근본적인 고민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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