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가전업체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연간 40조원대 렌털 시장에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로 ‘렌털 10년 차’가 된 LG전자가 연내 270만 계정 달성을 향해 달리는 가운데 그간 법인고객을 통해 간접적으로 렌털 사업을 경험해왔던 삼성전자의 참전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렌털사를 통한 워밍업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렌털사업에 뛰어든다. 수년 전부터 교원웰스·헬로렌탈·스마트렌탈 등 렌털 회사에 기업대기업(B2B) 형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며 간접적으로 렌털 시장에 영향을 미쳐왔던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정수기를 시작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미 회사 차원에서 렌털 사업 진출에 대한 검토를 마쳤다”면서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제품을 내세워 렌털 시장에 들어갈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경쟁사인 LG전자가 렌털 시장에 뛰어들어 외형을 확대하는 상황을 삼성전자가 계속 외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전했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렌털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필터 자가관리형 제품이나 방문판매 인력 없이 서비스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적극 활용해 렌털 시장에 첫선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렌털 시장에서는 LG전자가 한발 빠른 상황이다. 지난해 LG전자는 렌털 사업으로 4,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LG전자가 지난해 3·4분기까지 공개한 누적 매출은 3,154억원이다. 렌털 매출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매출이 903억원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5년 만에 몸집을 4배 이상 불렸다. 지난해 분기별 매출도 1·4분기 963억원, 2·4분기 1,042억원, 3·4분기 1,15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며 외연 확대에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9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활용해 렌털 사업에 발을 들인 LG전자는 2011년 자체 생산을 시작하며 렌털 취급 상품도 해마다 늘고 있다. 처음에는 정수기만 있었지만 이제는 공기청정기·안마의자·스타일러·냉장고 등 10여종의 렌털이 가능하다. 2018년 말부터 정수기 직수관 교체와 인덕션 상판 교체 등을 제공하는 케어솔루션 서비스를 내세워 코웨이·SK매직·청호나이스 등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그간 중견회사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렌털 시장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는 것은 사업의 확장성 때문이다. 한 명의 고객이 여러 계정을 보유하는데다 가가호호 방문해 영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소비자 밀착 영업이 어려웠던 가전업체가 노리는 이점이다. 아울러 의무 약정 기간 동안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사업이라는 점도 소비심리가 흔들리는 요즘 가전업계가 기댈 수 있는 매출 방파제의 역할로 안성맞춤이라는 분석이다.
렌털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자는 목돈이 들어가는 일시불 소비보다 매달 조금씩 나눠내는 렌털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내 렌털 시장은 LG전자가 들어온 뒤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메기효과’가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까지 뛰어든다면 렌털업 가전 소비 형태를 주도하는 모습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