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의 ‘숨은 권력’으로 불리는 의결권 자문사들 사이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에 대한 찬성론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에 의결권을 조언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이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 연임에 찬성을 권고하면서다. 기관투자자들은 대개 의결권 자문사가 제시하는 의견을 그대로 따르는 만큼 조 회장이 한진칼(180640) 주총의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ISS는 전날 회원사에 보낸 한진(002320)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의결권 권고) 의견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찬성을 권고했다. ISS는 조 회장과 하 부사장에 대해 “회사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경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ISS는 한진칼 이사회의 규모로 6~10명이 적정하다고 판단하며 한진칼이 추천한 사외이사 중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에 대해서는 “경험이 중복되는 후보자”라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진 후보 중에서는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서만 “과거 타사 경영과 사외이사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찬성을 권고했다. 3자 연합 후보 중 김 의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 6명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KCGS도 전날 고객사에 “한진칼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해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는 내용의 한진칼 주총 의안 보고서를 보냈다. 3자 연합의 주주 제안 후보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한진칼 지분율은 조 회장 측 33.45%, 3자 연합 측 32.06%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국민연금(2.9%)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경영권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투자가들의 표심을 사실상 결정하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 찬성 의견을 권고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KCGS 외에 서스틴베스트·대신지배구조연구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국내 3개사와 외국계인 글래스루이스도 조만간 한진칼 주총 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