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방구석 아트센터' 찾아나선 랜선 관객

■ 코로나에 온라인 전시·공연 확산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 '강박'

SNS 전시투어에 1.4만명 몰려

클래식·무용 등 생중계도 인기

"VR·AR 활용 새로운 場 열릴것"

서울시립미술관이 SNS로 공유한 기획전 ‘강박’의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은 계정 개설 후 최다뷰인 1만4,000건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사진출처=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서울시립미술관이 SNS로 공유한 기획전 ‘강박’의 온라인 전시투어 영상은 계정 개설 후 최다뷰인 1만4,000건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사진출처=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문화생활을 크게 바꿔놓았다. 직접 전시장이나 공연장을 방문하는 게 어려워진 사람들은 이제 차선책으로 온라인 생중계로 공연을 즐기고, 가상현실(VR)로 전시를 관람한다. 공연은 무대 위의 열기를 느껴야 생생하고, 전시는 작품과 직접 대면해 공감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게 사실이지만, 코로나19 사태 속 잠시나마 힐링을 선사하는 ‘방구석 문화생활’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강박’전에 선보인 이재이 작가의 3채널 영상작업 ‘한때 미래였던’ /사진출처=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서울시립미술관의 ‘강박’전에 선보인 이재이 작가의 3채널 영상작업 ‘한때 미래였던’ /사진출처=서울시립미술관 인스타그램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 8일까지로 예정된 기획전 ‘강박’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기 폐막되자 SNS로 전시장을 옮겨 인스타그램에 온라인전시 투어를 게시했다. 기획자인 송가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사가 안내하는 동영상 조회 수는 일주일 만에 1만4,000회를 넘겼다. 미술관이 지난 2014년3월에 계정을 개설한 이래 최다 조회 기록이다. 온라인 관객들은 ‘이런 특별기획에 감사한다’ ‘이렇게라도 관람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호평을 댓글로 남겼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공립미술관들도 관객들의 문화 공백을 최소화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주로 머무르는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 소장품 전시와 유튜브를 활용한 과거 전시와 인터뷰 등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에서 폭발적 인기를 끈 ‘이집트관’ 전시부터 최근 막 내린 ‘가야본성 칼과 현’ 특별전까지 다양한 전시를 VR로 관람할 수 있다. 나아가 전국 공립 박물관 263곳의 소장품 178만 건을 공개하는 e뮤지엄(emuseum.go.kr)을 활용해 일반인들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는 공모전도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온라인 기획전(https://sixshop.com/bluecs)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김홍식 ‘뮤지엄에서의 대화’온라인 기획전(https://sixshop.com/bluecs)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김홍식 ‘뮤지엄에서의 대화’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에 맞춘 ‘랜선’ 기획전도 열리고 있다. ‘미술관 속 평화의 전사’라는 제목의 전시는 서울의 김홍식부터 뉴욕의 박유아, 런던의 신미경, 파리의 윤애경 작가를 모은 기획전으로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기획자인 조은정 고려대 초빙교수는 “SNS 등으로 전시 소식을 알렸더니 처음에는 ‘전시장이 어디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코로나19가 일순간 사회적 멈춤을 불러왔지만 그 이면에서 기술발달로 현실이 된 초연결시대를 더 가까이 경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 ‘영웅’. /사진=페이스북 생중계 화면 캡처지난 13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된 서울시향 온라인 콘서트 ‘영웅’. /사진=페이스북 생중계 화면 캡처


공연 관객들도 방구석 관람에 적응하는 중이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지난 13일 오후 3시 서울특별시 ‘잠시 멈춤’ 캠페인의 일환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3번 ‘영웅’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1시간 가량 생중계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유튜브 실시간 접속자수는 2,800여 명, 페이스북 실시간 접속자수는 350여 명에 달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너무 감사한 공연이네요. 죄다 취소되서 너무 우울했는데 귀호강합니다. 파이팅’ ‘어려운 시기를 버틸수 있는 힘과 용기를 받았나’ 등의 내용이 이어졌다.

지난 6일 네이버 생중계로 공개된 무용 ‘히트 앤 런’ /네이버 생중계 화면캡처지난 6일 네이버 생중계로 공개된 무용 ‘히트 앤 런’ /네이버 생중계 화면캡처


지난 6일과 7일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었던 창작산실 무용 작품 ‘히트 앤 런(Hit&Run)’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6일 저녁 8시 한 회차만 관중 없이 네이버 생중계로 공개됐다. 50분 간의 생중계 공연 중 340여 개의 대화가 이어졌는데, 편하게 공연을 즐기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혔다. ‘댓글 쓰면서 공연 보는 것이 즐겁다’ ‘색다른 매력이 있다. 공연장에서는 숨죽이며 봐야하는데’‘누워서 보는 무용 공연이라니 새로운 경험’ 등의 글이 눈에 띄었다.


이 밖에 지난 2월에 공연됐던 연극 ‘아랫것들의 위’와 ‘마트료시카’의 공연실황도 각각 다음 달 3일과 1일까지 네이버TV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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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실제로 보고 싶다’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아쉽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문화평론가인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은 “문화활동을 누릴 수 없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지금 온라인과 SNS상의 간접 경험 수준에서 억누르고 있는 문화적 욕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보복적 문화소비’ 현상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금은 문화예술 생태계가 붕괴를 우려할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코로나19가 촉매로 작용해 문화 콘텐츠를 VR·AR과 접목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문화의 새로운 장(場)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인·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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