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칼럼] '초기라면 몰라도'가 보여준 文정부 민낯

■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중국발 입국금지' 요청 잇따랐지만

귀닫은 채 정부 정책 자화자찬만

확진자 급증에도 책임·사과 없어

경제마저 '초기대응 실패' 말아야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4당 대표와의 회동 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면서 “초기라면 몰라도”라고 말했다.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만연한 당시 상황에서 중국발 입국금지는 별 실효가 없는 얘기이다. 문제는 “초기라면 몰라도”라는 대통령의 대답이다. 이미 지난 1월부터 의사협회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는 중국발 입국 금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말을 듣지 않았다. 그 결과 초기 감염원의 유입을 차단할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대답은 초기에 입국을 제한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걸 하는 후회나 반성의 의미였던가. 아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가 이에 대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의 말을 했다는 소식은 없다.

오히려 입국 제한을 하지 않고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이기고 있다는 자화자찬만 들려온다. 물론 중국발 입국 제한을 일찍부터 시행한 미국도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중국발 입국 제한이 우리나라를 전염병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해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첫 확진자가 나온 대만에서 아직 두 자리 숫자의 확진자와 1명의 사망자만 나온 것을 보면 유입 차단 정책은 확진자 수를 절대적으로 감소시켰을 것이고 의료계에는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을 것이다.


혹자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최대 무역 동반자인 중국을 상대로 입국 제한이라는 정책까지 갈 수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한다. 사드 사태 때 우리가 당한 보복을 보건대 입국 금지는 더 큰 보복으로 돌아왔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드 사태는 중국과 한국 양자의 문제였지만 이번 사태는 전 세계가 관련된 다자간 문제이고 이미 중국발 입국 금지를 한 다른 국가들을 놔두고 우리만 콕 집어서 보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한국발 입국 금지를 하면서 외교보다는 방역이 먼저라고 천명했다. 우리도 같은 논리로 대응할 수 있었다. 최고의 방역 정책은 질병이 못 들어오게 막는 정책이다. 이미 들어온 질병의 전파를 줄이는 것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차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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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정책 실패는 초기 확진자 수 증가가 주춤했을 때인 지난달 13일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이라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경제활동을 장려한 것이다. 당장 다음 날부터 거리에는 마스크 쓴 사람이 확 줄었고 각종 사회활동이 재개됐다. 일주일 뒤부터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우연일까. 이에 대해 역시 누구 하나 사과의 말을 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오히려 세계 최고의 질병 대처능력이니 각종 외신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능력을 칭찬한다느니 하는 자만에 빠져 있다. 확실히 할 것이 있다. 외신들이 칭찬한 것은 민간기업의 신속한 진단키트 개발과 광범위하고 빠른 진단능력 그리고 선진 의료체계이지 정부의 대응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기사가 더 눈에 띈다. 확진자 수 감소세는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큰 문제는 현 정부의 공감능력 부족이다. 마치 남의 나라 일을 말하는 것 같고 현 사태에 책임이 없는 사람이 하는 말같이 들린다. 확진자가 급증한 뒤 보여준 위기 대처능력과는 별개로 현 정부의 초기대응 정책은 실패했다.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모른다면 무지요, 잘못된 정책인 걸 알면서 시행했으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오만과 독선이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더 급한 문제로 다가왔다. 코앞에 닥친 선거 때문에 경제문제 해결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초기방역 실패를 경제에서까지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경제정책은 정치적인 목적을 전면 배제하고 시행돼야 한다. 경제위기는 코로나19처럼 여야나 좌우를 가리지 않고 전염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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