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한달 맞은 대구] 길어지는 외출 자제령...속타는 소상공인

'328 대구운동' 등 이동 최소화

식당·학원·숙박·관광업종 등

고객들 발길 끊겨 줄도산 위기

"보험까지 해약하며 겨우 버텨"

소진공 자금 지원 확인서 발급에

하루 수백명 몰려들어 북새통

평소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대구 동인동 찜갈비골목이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업에 들어가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구=손성락기자평소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대구 동인동 찜갈비골목이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임시휴업에 들어가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대구=손성락기자



지난 16일 대구 중구 동인동 찜갈비골목을 찾았을 때 골목을 가로질러 내걸린 ‘신종 코로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를 위해 찜골목 전체 임시휴업을 한다’는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으면 식사나 회식 모임으로 북적였겠지만 이날은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문이 열린 가게에 들어가니 70대 여주인이 넓은 홀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골목 전체가 휴업을 했는데 앞으로 언제까지 쉬어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40년 동안 이 골목에서 식당을 하며 연중무휴로 쉬지 않고 일했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가족을 포함해 직원 5명은 모두 휴직에 들어갔으나 이따금씩 찾아오는 포장 손님을 위해 식당 문을 완전히 닫지는 못하고 있다”며 “보험까지 해약하며 겨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째를 맞았지만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시가 일찌감치 시민들에게 ‘외출자제령’을 내리면서 식당·학원·숙박·관광업종을 중심으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것이다. 게다가 대구시가 코로나19가 ‘확실한 안정기’로 접어들 수 있도록 오는 28일까지 2주 동안 추가로 시민 이동을 최소화하는 ‘328 대구운동’을 제안하면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찜골목 일대 식당들은 상대적으로 규모화돼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다. 17일 찾은 대구 중구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에는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발급 받기 위해 찾아온 소상공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밀려드는 소상공인 때문에 회의실을 별도의 고객 대기공간으로 만들었다. 대기실에는 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상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 달서구 번화가에서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한다는 김모(47)씨는 “대구에서 환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지난달 20일 이후부터 손님 한 팀 받기가 힘들 정도”라며 “가게 문은 열었으나 사실상 휴점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매달 10일 가게 월세를 내야 하는데 2개월 밀렸다”며 “정책자금을 받으면 밀린 월세를 내고 4인 가족 생활비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구 대신동에서 소규모 여성의류 제조업을 하는 권모(62)씨는 “여성의류를 만들어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데 코로나19로 주문이 완전히 끊겼다”면서 “정책자금을 받아 당장 직원 4명의 밀린 임금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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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는 신용, 부동산,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확인서를 발급해 주는데 소상공인의 신용이나 부동산 사정의 여의치 않다 보니 대부분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확인서를 발급해 주고 있었다. 확인서를 발급받으면 은행 이자 보다 낮은 1.5%의 금리로 정책자금을 융자 받을 수 있다. 전수현 남부센터장은 “하루 600~800명의 소상공인이 센터를 찾는 등 정책자금 확인서 발급수요가 평소보다 10배 늘었다”며 “모든 직원들이 매달리지만 감당하기가 벅차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급박하기 때문에 신용보증재단 방문 없이 취급은행에서 한 번에 보증 대출을 해주는 등 대출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를 찾은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대구=손성락기자정책자금 지원대상 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소상공인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를 찾은 대구지역 소상공인들이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대구=손성락기자


초·중·고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사설학원 역시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기는 마찬가지다. 대구학원총연합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4,200여개 학원은 정부 권고에 따라 지난달 20일부터 휴원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98%가 문을 닫았고 현재도 94%가 휴원하고 있다. 휴원이 장기화하면서 강사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 각종 공과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영세학원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소규모 학원 강사의 경우 대부분 무급휴직 상태에 놓이면서 가정 파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구학원총연합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시책에 따라 휴원을 한 학원교육 현장이 붕괴 직전에 이르러 학원인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학원 강사의 최소 생계비를 정부가 직접 지원할 것과 휴원에 참여한 학원에 대한 저금리 대출 지원을 요구했다. 정동하 대구학원총연합회장은 “학원의 90% 이상이 장기 휴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학원을 유지할 최소 운영자금이 필요하지만 정책자금은 신청 폭주 등으로 실제 대출까지 2~3개월이나 걸린다”며 “대구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휴원 학원을 대상으로 한 우선 대출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손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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