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공감]저 인간은 왜 개소리를 할까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모든 이가 이것을 알고 있다.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지각은 갖추고 있다고 꽤 자만하고 있다. 그래서 개소리와 관련된 현상은 진지한 검토의 대상으로 부각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탐구의 주제가 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우리는 개소리란 도대체 무엇인지, 왜 그토록 개소리가 많은지, 또는 개소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2016년 필로소픽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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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 이 발칙한 제목의 책은 소설이나 유머집이 아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저명한 철학교수가 출판한 이 책은, 개소리가 하나의 문화와 말하기 방식이 돼버린 세계에서 어떻게 사람답게 말하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개소리가 이념과 권력이 돼버린 사태, 개소리에 귀 막을 수 없는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저도 모르게 ‘개소리쟁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굴지의 철학자가 정치·정의·도덕 등의 고상한 주제를 내려놓고 개소리에 이토록 진지하게 몰두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랭크퍼트 교수는 개소리가 헛소리나 거짓말보다 훨씬 더 위험한 속성이 있다고 보았다. 거짓말쟁이는 최소한 자신이 진실에 대척하거나 혹은 스스로가 진실의 편이라 굳건히 믿는데, 개소리쟁이는 진실에 무관심하다. 자신이 하는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없고 그저 자신의 개소리로 인해 동요와 파란이 일어나면 족한 것이다. 좁은 인간관계부터 직장·사회·국가에 이르기까지 개소리에 포위돼 살아가는 슬픔과 피로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개소리쟁이들은 지금도 자신이 개소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문학동네 편집팀장 이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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