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셧다운’ 공포가 미주와 유럽을 강타한 가운데 동남아로 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서유럽에서 동유럽으로, 다시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무대로 세를 불려가는 탓이다.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국가도 코로나19의 확산속도가 빨라지며 이 지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는 슬로바키아 갈란타의 TV생산법인 가동을 오는 23일(현지시간)부터 일주일간 중단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최근 협력업체 30여 곳에 e메일을 보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알렸다. 프리미엄TV 제품과 TV에 들어가는 패널 등을 제조하는 갈란타 생산법인은 올해 대규모 해고계획을 밝히고 인접지역인 헝가리로 생산기능을 이전한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공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장되는 현지 분위기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렸다”며 “유럽 전역에서 소비가 침체된 상황인 탓에 한 주간 가동을 멈추더라도 납품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슬로바키아는 코로나19 확진자가 123명으로 급격히 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해 물류 및 인적 이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전날 기아자동차도 유럽 역내 국경 폐쇄로 부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슬로바키아 공장을 23일부터 2주간 가동하지 않기로 밝혔다. 인근 헝가리에 제2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코로나19에 준공 시점이 늦춰지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의 유럽시장 전초기지였던 동유럽 주요 공장이 ‘코로나 셧다운’의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기업들은 코로나19발 셧다운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주요 생산기지가 포진한 동남아시아국가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동남아국가들도 지역감염이 발생하면서 공장 생산중단 등 방역정책 카드를 꺼낼 태세다. 여기다 공장별로 확진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기준 227명의 확진자를 보고한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등 주요 도시의 대중교통을 오전6시부터 오후6시까지로 제한했다. 또 이란·이탈리아·영국 등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난 8개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도 발동됐다. 무슬림 사원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673명으로 늘어난 말레이시아는 이달 말까지 전국적인 이동 통제를 발표해 물류 이동이 어렵다. 베트남은 확진자 수가 아직 80명대로 적은 편이지만 이달 초 한국발 입국금지 발표에 이어 이달 25일부터 국적기 국제노선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며 문을 걸어 잠갔다. 이 같은 조치는 모두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족쇄를 채우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둔 주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롯데케미칼(011170)·SK이노베이션 등이다. 말레이시아에는 삼성SDI와 삼성코닝·풍산 등이 진출해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지 공장 상태에 대해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라면서도 “정부 방침 등 상황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지 확산세가 뚜렷해지며 기업 주재원을 중심으로 한 귀환 러시도 불이 붙었다. 대기업 소속 미얀마 주재원 A씨는 “이번주부터 인접국에서 확진자가 다수 발생하자 일본 기업 주재원들이 황급히 귀국했다”며 “본사와 귀국 일정을 협의하고 있지만 진행되는 프로젝트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 말레이시아 주재원 B씨는 “확산이 심해지기 전에 가족만이라도 한국으로 보내려고 하지만 항공편이 크게 줄어 티켓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수민·양철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