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Who] 코로나19에도 리더십 굳건한 푸틴

석유戰으로 패권탈환 모색

'종신집권' 길도 활짝 열어

정치적 필요 따라 美겨냥 '감산 거부'

자금 여력 충분…저유가 장기화 전망

연임 개헌안 내달 국민투표만 남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초기대응에 실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가운데 건재함을 과시하는 정상이 있다. 4기 집권을 이어가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그는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러시아 내 코로나19 사태를 잘 관리하면서 석유전쟁을 통한 글로벌 패권 탈환을 모색하는 한편 이를 발판으로 종신집권까지 넘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협력 요청을 거절하면서 신(新)석유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에 반발한 사우디가 생산량을 늘리겠다며 러시아를 압박하면서 원유 가격이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폭락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세계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유가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도 러시아가 감산을 거부한 것은 셰일오일 혁명으로 에너지 시장의 패권을 차지한 미국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원유 감산은 유가를 올려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업체의 시장 진입을 도울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스크바의 목표는 지난 2016년 사우디와 푸틴이 감산에 합의한 뒤 하루 증산량을 450만배럴씩 늘린 미국의 셰일 산업”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미국과의 에너지 패권 다툼에 나선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올해 신년 국정연설에서 대통령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고 의회의 권한을 늘리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는 오는 2024년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러시아는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어 2000년부터 4년씩 연임, 2012년부터 6년씩 연임해온 푸틴은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회의 권한을 미리 강화해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더라도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3연임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는데, 결국 이달 11일 의회를 통과한 개헌안은 기존 푸틴의 임기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다음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했다. 이 개헌안은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아 다음달 22일 열리는 국민투표에서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채택돼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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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푸틴이 오랜 기간 석유전쟁을 준비한 만큼 국민투표 혹은 다음 대선까지 석유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러시아는 원유에서 얻은 수익으로 1,500억달러(약 186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러시아 재무부는 향후 6~10년간 유가가 기존보다 낮은 배럴당 25~30달러를 유지하더라도 국부펀드가 정부 예산의 부족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유가를 버틸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포린폴리시(FP)는 “러시아는 유가를 폭락시킬지라도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과의 협력에서 벗어날 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FP는 러시아가 석유전쟁을 통해 미국 경제에 해를 끼쳐 미국의 제재수단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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