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업계가 때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로 바쁘다. 온라인 주문이 크게 늘면서 택배 상자를 만드는 골판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중국의 골판지 공장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골판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원지’의 대중 수출도 크게 증가, 실적 개선에 한몫하고 있다.
23일 제지 업계 등에 따르면 태림포장·대영포장·신안포장·삼보판지 등 골판지 기업들의 리드 타임(주문업체가 물량 발주 후 실제 제품을 받아보기까지 시간)이 3일에서 7~8일로 두 배 이상 길어졌다. 공장을 24시간 돌려도 주문을 따라가기 빠듯해 ‘업체들이 표정관리에 들어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의 한 임원은 “골판지 업체에 발주를 하면 최소 일주일은 지나야 제품을 받아볼 만큼 생산 스케줄이 빡빡하다”며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쇼핑을 아예 안 하고 온라인 주문으로 다 돌아선 여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심각해진 2월 중·하순부터 주문이 급증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골판지 업계에서 비수기로 꼽히는 2~3월이 올해는 바이러스 사태로 성수기보다 더 바쁠 만큼 상황이 달려졌다”며 “4월부터는 농산물 포장이 시작되기 때문에 올 상반기는 일감이 내내 증가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사실 이번 코로나 특수가 아니어도 골판지 업체들은 최근 2년 새 실적이 좋았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18년부터 골판지의 원재료인 폐지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에 폐지가 남아돈 탓이다. 이 때문에 골판지 업체들은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이익을 많이 냈다. 태림포장만 해도 지난 2017년 3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2018년 357억원, 2019년 209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발생해 성장세인 온라인 시장에 연료를 투입한 형국이 됐다. 김진무 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는 “골판지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폐지대란’이란 말이 쏙 들어갔다”며 “지금 추세면 올해 실적이 최근 2년 실적을 뛰어넘을 거 같다”고 말했다.
폐지를 가공해 골판지를 만들기 전의 형태로 만든 ‘원지’ 수출도 늘고 있다.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여전히 정상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중국 수출이 급증한 때문이다. 올들어 2월까지 대중 원지 수출은 6만 8,720톤으로, 전년 동기(2만 796톤)의 3.3배에 이른다. 2월은 4만 2,041톤으로 전달인 1월(1만 3,445톤)보다 212% 늘었다. 업계의 한 실무자는 “다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라 잘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내수·수출 모두 양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