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자 국회가 뒤늦게 관련 입법을 쏟아내는 등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 정당과 예비후보들이 총선 공약까지 앞다퉈 내놓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 개원 전에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관련 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31면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이인영 원내대표와 서지현 검사가 참석한 가운데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성 착취 영상물 구매자 처벌 강화안을 공약으로 제시한다”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속조치를 마련하겠다. 범죄에 가담하고 동조한 공범들 모두 단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도 “26만명 회원 공개 청원이 124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들은 150만원을 내고 범죄행위에 동조한 공범일 수 있다”며 “국회를 다시 소집하는 일이 있어도 이번 사건이 과거처럼 묻히지 않도록 임기 내에 반드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관련 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이날 “디지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법 제정을 21대 국회로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백혜련·박경미 의원 등 여성 의원들과 예비후보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으로서, 무엇보다 인간으로서 사법당국의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가해를 가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 성 불평등한 사회 분위기가 가해자 ‘박사’ ‘갓갓’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공모자 26만명(중복 추산)이라는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 발의를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불법 촬영물의 제작·유포자의 강력 처벌은 물론, 소비자까지 벌금형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방안을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월 입국 기자회견에서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지난 2월에 국민의당 아동·청소년 공약과 여성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며 국민의당 총선 공약이 구현되면 유사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한해 스위티 프로젝트, 즉 함정수사·유도 수사를 허용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철호 미래통합당 의원도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관련 피의자의 ‘얼굴·성명·나이’ 등을 국회가 의결로써 정부에 공개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발의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