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LCA규제가 가져올 변화

문석수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




자동차 환경규제는 주행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기준으로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자동차가 환경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을 대변하지 못한다. 자동차는 주행뿐 아니라 차량 에너지원의 생성·제조·운송·판매·폐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모두를 고려한 LCA(Life Cycle Assessment) 이산화탄소 규제 도입이 유럽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에도 잘 알려진 웰투휠(well-to-wheel)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차량 에너지원의 생성부터 주행까지 발생하는 총 이산화탄소의 양을 일컫는다. 배터리전기차는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아직은 내연기관차보다 웰투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하지만 웰투휠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배터리의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LCA의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평가 방법과 국가에 따라 편차가 존재하지만 배터리전기차의 LCA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내연기관차와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많을 수도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향후 내연기관의 효율이 올라가면 전세가 역전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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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A 규제의 도입은 분명 전기차 보급의 역풍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도심 환경의 개선 측면에서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는 지금의 기조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듯하다. 유럽에서 LCA 규제의 도입 시기를 오는 2030년 이후로 고려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인프라가 구축되고 배터리 리사이클 기술이 개발된다면 LCA 규제가 발효되더라도 전기차의 보급에는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이상적으로만 전개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른 전개에도 대비해야 한다. LCA 규제가 발효된다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내연기관차의 입장에서는 50% 이상의 초고효율과 신재생 연료의 도입을 대응 무기로 꺼내 들 수도 있다. 이 흐름을 읽고 조용히 무기를 가다듬고 있는 국가나 자동차 회사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진검승부보다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자동차 산업이 수렴될 가능성도 있다.

유럽에서 실제 LCA 규제라는 칼자루를 뽑아들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금은 선택하기 위한 사전조사를 진행 중이며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는 어떠한 전개에서도 꺼내 들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무기들이 녹슬지 않도록 친환경 미래차 기술분야 간 균형 잡힌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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