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도대란 막으려면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쇼크가 극심해지면서 자금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당장 다음달 6조원대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고는 상당수가 리볼빙(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별수 없이 단기자금 창구인 기업어음(CP) 시장을 두들기지만 사겠다는 곳이 없어 발을 구르고 있다. 멀쩡한 기업까지 무더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할 판이다.


‘코로나발 부도 대란’을 막으려면 이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직접 나서야 한다. 미국은 이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 매입을 검토하는 데 이어 CP매입기구(CPFF)를 만들어 1조 달러 규모의 CP를 사겠다고 했다. 2013년부터 중앙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기업 주식을 매입 중인 일본은 최근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전통 방식으로는 위기를 수습하기 어렵게 되자 중앙은행들이 총대를 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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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 중앙은행은 법령에 묶여 운신의 폭이 제약돼 있다. 여당이 산업은행과 한은에서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양적질적완화(QQE)’ 정책을 정부에 요청한다지만 한은의 직매입이 아닌 우회 방식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한은이 산은에 자금을 대주고 산은이 기업 회사채를 매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현행법상 직매입이 불가능해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산업 현장에서는 조금만 늦어도 줄도산에 몰릴 정도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산은을 통한 우회 지원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모자라다. 위기가 깊어지기 전에 정치권이 나서서 한은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여야는 이를 위해 선제적으로 한국은행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 지원을 맡은 공무원들과 한은·산은·시중은행 관계자들을 한시적으로 면책해주는 시스템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부실에 따른 책임 부담을 덜고 대범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이대로라면 정부와 채권단의 핑퐁게임에 무너진 한진해운 사태가 무더기로 벌어질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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