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돈줄이 마른 중소·중견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과 보증 등 경영안정자금 규모를 배로 키웠다. 1차 긴급 경영안정자금 29조2,000억원과 이번 2차 지원 29조1,000억원을 합하면 총 58조3,000억원 규모다. 1차 때와 달리 이번 지원 대상에는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포함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기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대기업 지원에는 ‘자구 노력’이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발표한 29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집행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중소·중견기업이 견뎌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수출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총동원해 29조원을 추가 공급하고 필요하다면 대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전제로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산은·기은·수은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대출로 21조2,000억원을 설정했다. 산은 5조원, 기은 10조원, 수은이 6조2,000억원을 출연해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경기 위축과 수출입 감소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등이다. 필요시 대기업도 해당 대출을 요청할 수 있다. 지원금은 매출 감소에 따른 긴급 경영안정자금, 원자재 수급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한 소요자금, 기타 단기 유동성 어려움 해소를 위한 운전자금 등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한도는 기존 대출 한도 외에 일정 범위 내에서 특별한도 등을 부여한다.
신용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보증 공급도 확대된다. 신보와 수은이 각각 5조4,000억원, 2조5,000억원의 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해 총 7조9,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과 수출입·해외사업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 등이다. 지원금은 매출과 수입 감소 등에 따른 긴급 경영안정, 수출입 부진 등에 따른 운전자금으로 소요되거나 해외 사업 신용 보강 등에 쓰인다. 한도의 경우 기존 보증 한도 외에 일정 범위 내에서 특별한도가 부여된다.
금융당국은 대기업이 경영안정자금을 요청할 경우 자구 노력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대기업 역시 코로나19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원이 필요하지만 대기업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기업들은 우선 채권시장안정펀드와 기업어음(CP), 회사채 신속지원 등을 통해 시장에서 직접 자금 조달을 추진한 후에도 어려울 경우 산은·수은 등 국책은행에 대출을 요청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은 위원장은 “당장 1,000만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도 있는데 대기업에 대마불사처럼 500억원·1,000억원을 만기연장해준다고 하면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고민이 있었다”며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특별한 상황의 대기업이 있을 수 있다. 단 대기업에 돈을 주려면 국민이 납득할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피를 말리는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대출 10%를 상환하고 90%를 만기연장 받는다든지 중소기업과는 다른 수준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