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환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총괄간사(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사이토카인 스톰, 즉 과도한 면역염증반응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방 교수에 따르면 인체 면역반응은 △침투한 병원체만 잡아 죽이는 ‘좋은 면역반응’ △체내 면역 물질인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돼 폐·심장·신장·간 등 정상 조직·세포까지 공격해 망가뜨리는 ‘나쁜 면역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젊은 층은 병원체만 정밀폭격하는 좋은 면역반응이 활발한 편이다. 반면 고령자는 면역반응 조절이 잘 안 돼 정상적인 조직이 융단폭격을 당하는 과도한 염증반응인 사이토카인 스톰이 일어나기 쉽다. 이렇게 되면 42도의 고열이 발생,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변형돼 정상세포가 면역세포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된다.
사이토카인 스톰이 젊은 층의 전유물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은 병명·진단명이 아니라서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숨진 경우도 사이토카인 스톰이 실질적인 사망원인인 경우가 많다. 여러 장기 중 폐만 심하게 망가뜨렸다는 점만 다발성 장기부전과 다를 뿐이다. 심한 외상·화상으로 사망할 경우에도 사이토카인 스톰이 원인인 경우가 흔하다.
한편 18일 대구에서 중증 폐렴으로 숨진 고교생 정모(17)군의 사인과 관련해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폐엽 부분에 세균성 폐렴에서 흔히 보는 소견이 있었다”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중증 폐렴으로 사망했고 사이토카인 스톰으로 전신 장기가 망가지는 과정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초기에는 바이러스성 폐렴이었는데 세균성 폐렴이 뒤따라왔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군 부모가 24일 공개한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을 보면 기관지 아래 폐 뒤쪽과 가장자리에 병변이 보인다. CT 사진은 지난 13일 오후9시께 영남대병원에서 찍었으며 당시 정군의 체온은 40도를 넘었다. 백혈구 수치는 16일 오전10시32분까지 7.74로 정상 범위였고 오후6시58분 11.55로 올라갔다. 백혈구 수치는 세균성 폐렴일 경우 올라가며 바이러스성 폐렴은 그렇지 않다.
부검을 했더라면 좀더 확실하게 사인이 규명됐겠지만 정군의 부모가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교수는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는 현장 의료진, 의학계와 달리 정군의 코로나19 검사결과(음성 또는 양성)에만 관심이 있다. 의학적 차원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게 명확한 결론을 냈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