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슬프다. 많은 사람이 죽고 그들의 부모님은 많이 울었다.”
지난 2010년 3월26일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당시 놀라고 슬픈 감정을 또박또박 그림일기에 썼던 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가 성장해 올해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25일 해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해사 78기로 입학한 권현우(사진) 생도가 10년 전 천안함 피격과 관련해 썼던 추모 그림일기장 사진이 최근 해군 페이스북에 게시됐다. 권 생도의 모친이 천안함 피격 10주기를 맞아 해군 공식 페이스북 ‘천안함 챌린지’ 이벤트에 그림일
기장 사진을 올린 것이다.
권 생도는 당시 일기장에 ‘오늘 신문 사설을 읽어보니 한 달 전에 온 나라가 놀라던 일의 기억이 다시 난다. 뉴스에서 신문에도 온통 슬픈 이야기 때문에 나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엄마, 아빠를 잃어버린 어린아이들도 모두 안타까웠다. 왜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났을까’라며 ‘우리나라의 평화로운 바다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절단된 함수에 ‘772’라는 숫자와 인양 밧줄이 걸린 천안함의 인양 장면도 그림으로 남겼다.
권 생도는 “부모님께서 천안함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 것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며 “그때 큰 충격을 받았고 슬픔과 분노와 원망을 느꼈다. 그때의 충격을 그림일기에 옮겼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 생도의 어머니 윤은주(51)씨는 해군 페이스북에 아들의 그림일기장 사진과 함께 ‘일기를 쓴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아들이 해군사관생도가 됐습니다. 천안함 용사들의 희생의 숭고함을 받들고 영해를 수호하는 해군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윤씨는 “10년 전 천안함 소식을 접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떨었을 청년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그래서 아들에게도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고 말했다.
권 생도는 “천안함이 제가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한 가장 큰 계기였다”며 “우리의 바다를 굳건히 지키는 자랑스러운 해군 장교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