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표 잃을라" 트럼프 재선 조바심에… 봉쇄령 조기해제 추진

부활절까지 경제활동 재개 시사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강한 불만

의료계 "2주안에 갑자기 못 끝내"

주지사들 "생명 대가 불확실성 커"

확진자 5만 넘어서…각계서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활절(4월12일)까지는 경제활동을 포함해 미국이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A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대응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부활절(4월12일)까지는 경제활동을 포함해 미국이 정상적으로 다시 가동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인 부활절 때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차질이 생긴 미 경제활동이 재개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자택대피령과 사업장 폐쇄령, 휴교연장 조치가 지속되면 대규모 경기침체에 빠져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 내에서는 해제 시점이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위대한 나라를 다시 열어야 한다. 나는 부활절 때까지 이것을 하고 싶다”며 “부활절에 교회가 사람들로 가득 차면 멋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활절이 3주도 남지 않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틀림없이 가능하다. 왜 안 되느냐”며 “미국인들은 다시 일하러 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모임 금지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15일짜리 가이드라인이 이달 말 시효가 만료되는 만큼 이를 재평가해 지침을 바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해제후보 지역으로는 팜벨트(중부 농업지대)와 서부·텍사스가 꼽혔다.

백악관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이슈가 코로나19로 쏠리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미국이 이미 경기침체에 진입했고 2·4분기 성장률이 -30%(연 환산 기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마음이 급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은 “경제와 코로나19에 대한 적절한 (방역) 대응 모두 재선에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댄 롭 서드 포인트 창립자와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 등 월가의 거물들과 전화통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미국 경제가 언제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한지 물었다. 미 경제방송 CNBC는 “이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개월 동안 셧다운이 지속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며 “통화가 끝난 후 부활절까지 경제를 다시 돌리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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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표에 대한 지적이 쏟아진다. CNN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돌파했으며 약 1억3,00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자택대피 명령을 받은 상태다. 백악관도 뉴욕 중심가에 다녀온 이들은 2주간 자가격리를 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정부는 의료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안은 더 많은 불확실성과 감염, 경제에 더 많은 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의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조차 “다음주나 2주 안에 갑자기 끝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부활절까지 정상화한다는 것은) 매우 유동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일부 주를 대상으로 먼저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방안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주별로 적용을 달리하겠다는 방식으로는 주 경계를 따지지 않는 바이러스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각 주와 지방정부 역시 부활절은 지나치게 빠르다며 반대하고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생명을 대가로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이자고 할 미국인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부활절까지 끝내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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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해제 조치가 곧바로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낼지는 불분명하다.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조기 완화하면 전염이 확산해 상황이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모두가 경기침체를 바라지는 않지만 너무 이른 조치”라며 “리스크를 더 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대량 실업과 그에 따른 절망감·우울증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예일대의 예방의학 전문가인 데이비드 캣츠는 “정상 생활 붕괴로 인한 사회적·경제적·공공보건상의 영향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실직과 빈곤·절망이 공중보건의 첫 번째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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