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원태 사내이사 재선임…한진칼 경영권분쟁 승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칼(180640)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며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3자 주주연합이 지분을 확대해 2라운드를 준비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관련기사 4면

27일 한진칼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찬성 56.67%로 통과시켰다. 조 회장의 재선임을 놓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003490) 부사장과 반도건설·KCGI 등 3자 주주연합은 경영실패 책임 등을 이유로 반대했지만 주주들은 조 회장 측 전문경영인에게 더 높은 신뢰를 보냈다. 사내이사뿐 아니라 사외이사 선임에서도 주주들은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후보들의 선임을 모두 부결시켰다. 조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은 하은용 사내이사 후보를 비롯해 전원이 출석 과반의 찬성률과 발행주식 4분의1 이상의 찬성을 얻어 7명이 선임됐다.


1년을 끌어온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승리로 끝났지만 주주연합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주식의 84%를 양측이 보유한 상황에서 추가 지분 확대 문제도 만만치 않다. 한편 같은 날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고(故) 조양호 회장의 발목을 잡았던 ‘3분의2 룰’ 정관이 변경됐다. 대한항공은 이사선임 방식을 특별결의에서 보통결의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태수(가운데)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칼석태수(가운데) 한진칼 대표이사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한진칼 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진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본인의 사내이사 연임뿐 아니라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들로 이사진도 꾸리게 됐다. 이로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로 구성된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명분과 실리를 함께 챙겨온 조 회장 측이 결국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법원이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매입 과정을 ‘허위공시’라고 판단하고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주주총회 직전 국민연금 측이 조 회장의 손을 들기로 결정했던 것이 판세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주연합은 이번 주총 결과에도 불구하고 한진칼 지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임시주총 등을 통해 다시 경영권을 흔들 것으로 보여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본관에서 열린 ‘제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29개 안건에 대해 주주들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주주총회는 오전9시부터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주주들의 위임장 확인 절차가 길어지며 3시간이 지난 오후12시5분에서야 시작됐다. 200여명의 주주들이 모인 주주총회장에서는 한진칼의 개최 지연 안내가 나올 때마다 볼멘소리가 나왔다.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개최를 알리자 곳곳에서 “발언권을 달라”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주주들은 다른 주주들의 발언을 제한해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사내이사 선임안, 사외이사 선임안 등 주주연합과 대립각을 세웠던 모든 안건에서 승리했다. 한진칼이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조 회장, 하은용)를 비롯해 김석동 사외이사 후보 등 7명의 이사진이 모두 선임됐다. 주주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들은 한 명도 선임되지 못했다. 이로써 한진칼 이사진은 이날 선임된 신규 이사 7명과 기존에 이사 4명을 합쳐 총 11명으로 꾸리게 됐다.


다만 안건별 찬반 차이는 대부분 10%포인트 안팎에 불과했다. 비록 조 회장 측이 모든 안건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압도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주주연합 측이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 부회장 선임안의 경우 찬성 47.88%, 반대 51.9%로 박빙의 차이로 부결됐다. 김 전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은 이날 상정된 29개 안건 중 찬반차이가 가장 적었다. 주주들 사이에서 김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던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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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전쟁’의 1라운드는 이렇게 막을 내렸지만, 2라운드가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주주연합은 이날 주총 직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이후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정상화의 궤도에 올라서려면 능력 있고 독립적인 전문경영인들이 경영을 담당해야 한다”며 “주주로서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주주연합은 꾸준히 늘려온 지분율을 바탕으로 임시주총을 요구해 조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해임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KCGI는 지난 26일 한진칼 지분 0.06%를 추가로 취득하며 지분율을 41.96%까지 늘렸다. 25일 ㈜한진 지분 5.01%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정리한 자금 일부로 한진칼 지분을 산 것으로 보인다. 법적인 압박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KCGI는 법원의 의결권 제한 가처분 신청 기각과 관련해 본안소송을 진행할 예정이고, 한진칼이 의결권 위임을 위해 주주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본안소송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정기주총 결과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경영권 분쟁 2라운드인 임시주총은 이르면 오는 7~8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주연합이 다음달 중 임시주총 개최를 요구해도 조 회장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주연합은 소송을 걸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45일 내에 임시주총을 승인해줘야 한다. 하지만 법원이 임시주총 개최를 판결할 경우 이사회 의장을 제3자로 지정해야 하는 터라 조 회장은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직전 임시주총 승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되며 조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그룹의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산업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만큼 유휴자산 매각, 사업 개편 등은 물론 인력구조조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위기 상황 극복에 대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주주들은 주주연합 측에 힘을 실어주며 경영권 분쟁이 다시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개최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선임을 특별결의(3분의2 찬성)에서 보통결의(2분의1)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고(故) 조양호 회장이 이 정관으로 인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했다. 이사 선임이 보통 결의 사항으로 변경됨에 따라 내년 조원태 회장의 재선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또 대표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는 안이 통과됐으며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박시진·강도원기자 see1205@sedaily.com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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