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일탈계가 성범죄 빌미? 두번 우는 피해자들

'n번방' 피해입은 여성·청소년 등

호기심에 신체 촬영물 SNS 게시

일각 "스스로 성 상품화" 2차 가해

미투 때 '피해자다움' 요구와 비슷

전문가 "디지털 접목 성교육 필요"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인터넷에 노출하는 ‘일탈계’가 ‘n번방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탈계가 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포의 표적이 되면서다. 일각에서는 10~20대 초반대의 일탈계 이용자들이 성을 상품화해 가해자들에게 범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여성·청소년인권단체에서는 이 같은 시각이 미성년자를 비롯 성범죄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2차 가해라고 비판한다.

2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일탈계를 검색하면 신체 일부를 노출한 사진들이 다량 조회된다. 중·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교복을 풀어 헤친 사진을 올린 게시물도 있다. 일탈계는 ‘일탈계정’의 줄임말로, 회원들은 신상을 노출하지 않은 채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거나 공유한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성적 호기심을 표출하는 공간으로 이용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라며 “SNS에 노출 사진을 올리면 ‘좋아요’를 많이 받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일탈계를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검색되는 일탈계 관련 게시물./트위터 캡쳐


문제는 일탈계가 성 착취의 표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경찰로 사칭해 일탈계를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빼낸 뒤 성 착취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계정 운영 사실을 퍼뜨리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불법 영상을 제작·유포했다. 일탈계 운영자 입장에서는 계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협박을 거부하지 못하고 노출이나 성 착취 강도가 더 심한 영상을 찍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성적인 사진을 사이버 공간에 올리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통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일탈계 운영자는 음란물을 유포한 법적 혐의를 받게 된다. 십대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일탈계를 운영하던 청소년이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청소년들은 성적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본인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제작한 것이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n번방 피해 여성들이 일탈계를 운영·이용하면서 자신의 성을 스스로 상품화했기 때문에 순수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성·청소년인권단체들은 이처럼 피해자의 순수성을 따지는 것은 과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벌어졌을 때 피해 여성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프레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한다. 조 대표는 “n번방 사건의 핵심은 조주빈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청소년을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불법 영상을 찍도록 한 범죄행위”라며 “‘일탈계를 운영했기 때문에 당해다 싸다’는 식의 주장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일탈계 운영을 막기 위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에 익숙한 청소년들을 위해 디지털 환경을 접목시킨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는 “아이들이 성적 호기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그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사이버 윤리의식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도 “일탈계 자체가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면서도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운·김태영기자 cloud@sedaily.com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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